강남 ‘토허제’로 희소가치만 높여
규제 완화해 타지역 안정 유도를

넷플릭스에 ‘맨해튼 소유하기(Owning Manhattan)’라는 리얼리티 동영상이 새로 올라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1편을 훑어보았다. 여기에 세상에서 제일 비싼 최신식 펜트하우스가 소개된다. 맨해튼 센트럴파크 옆에 지어진 ‘센트럴파크타워’는 높이가 472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1층의 주거용 건물이다. 꼭대기 3개 층을 차지하는 펜트하우스는 전용면적 1760㎡(528평)로 영화관과 대연회장까지 갖추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내려다보며 뉴욕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이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2억5000만 달러다.
한화로 3400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부자는 전 세계에 3000여 명밖에 없다는데, 흥미롭게 첫 번째 매수희망자가 한국인이다. 미국과 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과 뉴욕에 모여 살기 원하는 한국인 기업가는 주거를 위해 펜트하우스 구매를 고려하였다.
부동산 중개인이 펜트하우스에서 화상 전화로 실내와 전망을 보여주며 고객과 한국어로 통화하는 장면은 살짝 충격적이다. 한국 문화에서 설날은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매우 중요한 명절로 그때 131층 대연회장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어 한국인 고객이 좋아할 것이라는 대목은 찡하게 다가온다. 결국, LA에 사는 딸이 뉴욕으로 이사 올 수 없어 한국인의 펜트하우스 구매는 무산되었다. 여하튼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펜트하우스를 구매하려 했던 사람이 중동 왕자나 러시아 부호가 아니라 한국 기업가라는 사실이 놀랍고도 뿌듯하다.
이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맨해튼의 주택은 한결같이 비싸다. 뉴욕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며 그중에서 맨해튼은 가장 가치 높은 부동산이 모여 있는 핵심 지역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맨해튼에서 최고급 아파트와 상업시설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일궈냈다. 부동산 투자가들이 맨해튼을 좋아하는 이유는 맨해튼 섬이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확장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한정된 땅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몰려드니 맨해튼 부동산 가격은 항상 우상향으로 올라간다. 미국처럼 광대한 나라에서도 맨해튼은 희소하고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 뉴욕의 맨해튼과 견줄 수 있는 곳이 서울의 강남이다. 강남은 맨해튼처럼 문화, 쇼핑, 주거, 교육, 비즈니스의 중심지이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도 유별나게 비싸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더펜트하우스청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이다. 전용면적 407.71㎡의 복층 구조로 공시가격이 164억 원이다. 부촌의 대명사 격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83㎡는 101억 원에 거래되었다.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은 28억8787만 원으로 서울 평균 거래금액(11억3111만 원)의 2.6배나 된다. 한국 기준으로 높지만, 뉴욕이나 런던과 비교하면 턱없이 싼 편이다. 영국 런던의 고급 주택은 주거용 부동산 평균 가격의 10배 이상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강남 아파트 쇼핑에 나서는 외국인이 늘어났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인이 강남 아파트를 74억 원 전액 현금으로 매수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다 다른 지역의 집값까지 올려 버린 것에 있다. 지금도 강남권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매매를 규제하지만, 역으로 가격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규제로 인해 강남 아파트 매물이 잠기며 호가가 치솟고, 매수세가 인접 지역으로 확산돼 가격을 올린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강남을 ‘부자들만의 동네’로 남겨야 하느냐고 뭇매를 맞았다. 그 발언의 요지는 ‘강남은 서민들이 사는 곳이 아니니 정부가 집값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라는 의미이다. 돌이켜보니 정확히 맞는 말이다. 맨해튼의 호화 주택은 일반 국민과 아무 상관이 없다. 초고층 펜트하우스 가격이 오른다고 정부가 규제할 필요가 없다.
서울에도 지역 간 주택 가격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가격대인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강남구(3.1%)는 매우 낮지만, 도봉구(54.2%)는 절반이 넘는다. 서울 안에서 강남구가 아니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고 쾌적한 환경의 주거지는 얼마든지 많다.
고급 주택의 글로벌화는 강남 아파트 규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어떤 규제를 해봐야 한국의 부호나 외국인 투자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차라리 강남에 대한 규제를 전격 완화해 강남이 세계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는 맨해튼급 주거지로 성장하도록 유도하자. 그럼 부동산 투기 자금이 강남에만 집중되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