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이 책은 가난과 폭력, 불안과 착취의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웃음을 무기로 삼는 이야기다. 삶의 한복판에서 이들은 아픈 기억을 지우고 잔혹한 현실을 농담으로 넘기며, 끊임없는 수다와 침묵 사이에서 버텨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말보다 입 모양, 기억보다 망각, 고백보다 농담을 택하며 자신을 스스로 기만한다. 그 기만은 때로 가장 절실한 진심으로도 읽힌다. '치치새가 사는 숲' 이후 펴낸 이번 신작에는 '첼로와 칠면조', '허수 입력', '우아한 유령' 등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리드미컬한 문장과 과감한 생략, 유머와 슬픔이 교차하는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정의 발아부터 유럽 중세 교회 권력, 보르도 와인 신화, 그리고 '파리 심판' 사건에 이르기까지 와인이 결정적 역할을 한 역사적 장면들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아울러 와인에 얽힌 정치, 종교, 전쟁, 경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문명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신의 음료 와인이 바꾼 역사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잔의 와인이 품은 문명의 무게에 새삼 놀라게 된다.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

30년 차 개그맨이자 쉰 살이 된 김태균의 에세이. 전작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이후 4년 만의 신작인 이번 책은 꼰대가 아닌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한 유쾌하고 다정한 인생론이다. 돈, 동업, 부부싸움, 계란말이 같은 일상적인 소재에서부터 나이듦과 인간관계, 마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이 묻어난다. "개그맨은 웃기는 철학자일 수도 있다"는 고백처럼, 웃음과 성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 책은 인생의 한 끼 식사 같은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박보영, 윤하, 최유리 등 후배들의 따뜻한 추천이 더해져 슬기로운 50대의 세계관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