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서리 강화 전략 오프라인→온라인 확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사업 공략 박차

롯데마트가 자사 기업형슈퍼마켓(SSM) 롯데슈퍼와의 리테일 통합 작업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올해 시스템 통합까지 마무리하면서 롯데마트·슈퍼는 본격적으로 고객 쇼핑 경험 개선에 속도를 낸다. 롯데마트·슈퍼의 수장 강성현 대표의 머릿속에는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한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가 있다. 또 온라인 그로서리 신사업,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도 가득 차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2020년 11월 말 롯데마트 사업부장에 오른 뒤 2023년 슈퍼사업부 경영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1970년생인 그는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유통·소비재프로젝트 팀장으로 일하다 2009년 롯데 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그룹에 발을 들였다. 유통·소비재 분야에서 오래 일한 경력 덕에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소비 트렌드 등 시장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마트·슈퍼 두 사업의 지휘봉을 잡은 강 대표는 2022년 말 마트와 슈퍼의 리테일 통합에 나섰다. 롯데마트·슈퍼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함에도 상품 코드부터 소싱(조달) 시스템이 달라 시너지를 내기에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특히 상품기획(MD) 조직, 구매력(바잉파워), 상품관리 측면에서 운영 효율을 내기 어려웠다.
강 대표의 마트·슈퍼 통합은 △2023년 상품 통합 소싱 △2024년 물류센터 통합 △2025년 시스템 통합 등 3년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이달 마트·슈퍼 간 포스(POS·Point of Sale) 결제 시스템까지 합치면서 발주·상품 관리·데이터 분석 등 모든 업무를 3년 만에 완전히 통합하게 됐다.
마트와 슈퍼 간 상품 소싱 업무의 통합은 상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강 대표는 그로서리 전문점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물론 매출총이익률 증대와 판관비율 감소 등의 영업이익 개선에도 공헌했다. 실제로 통합 작업을 본격 시작한 시기인 2023년 롯데마트·슈퍼의 영업이익은 729억 원으로 무려 전년 대비 365% 신장했다.
강 대표는 마트·슈퍼의 구조적 통합과 동시에 롯데마트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식료품(그로서리)을 택했다.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강 대표가 내건 그로서리 전문점의 큰 방향성은 △그로서리 매장의 확대 △상권 맞춤형 비식품 콘텐츠 강화였다. 대표적인 그로서리 전문매장은 2023년 12월 말에 선보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이다. 전체 면적 중 약 90%를 식료품으로 채우는 파격적인 수를 뒀다. 이는 일반적인 대형마트의 식료품 진열 면적인 50~60%에 비해 1.5배가량 많은 수치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은평점에 작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4.9% 늘었다.
그로서리 전략 성공에 강 대표는 1월 천호점을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6년 만에 신규 출점했고, 26일 롯데마트 구리점도 그랑 그로서리 포맷으로 재오픈했다.
강 대표의 그로서리 전략의 마침표는 ‘롯데마트 제타’다. 롯데마트는 4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인 오카도(Ocado)와 협업해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했다.
오카도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게 제타의 핵심이다. 버튼 터치 한 번으로 10초 이내에 개인별 맞춤 장바구니를 완성해주는 스마트 카트가 대표적인 기능이다. 또 AI를 상품의 수요 예측에도 활용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오카도 고객풀필먼트센터(CFC) 1호를 부산에 완공, 혁신적인 배송 서비스와 차별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에 첫선을 보일 CFC는 AI에 기반을 둔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2032년까지 CFC를 전국 6개로 확대,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다.
강 대표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 중이다. 국내 성공 모델인 ‘그로서리 전문 매장’에 동남아 현지 쇼핑 문화를 접목한 차세대 매장으로 재단장을 진행 중이다.
작년 베트남 하노이센터,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시티점을 재단장한데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꾸닝안점을 그로서리 전문매장으로 재단장했다. 이외에도 강 대표는 작년 5월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 NTUC FairPrice(페어프라이스)의 대형 할인점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점에 K그로서리 전문매장 롯데마트 익스프레스(EXPRESS) 1호점을 여는 한편 100여 개 페어프라이스 매장에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수출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의 물류와 시스템 통합을 통해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는 동시에 물류, IT, 고객 데이터 분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해 고객 쇼핑 경험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