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자금, 초단기채권 ETF로 이동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유 관련 상품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동시에 명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단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삼성자산운용의 'KODEXWTI원유선물(H)'은 한 달간 17.24% 오르는 등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원유선물Enhanced(H)'은 15.63%, KB자산운용의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은 5.80% 등 높은 수익률을 냈다.
원유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도 치솟고 있다. KB증권의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같은 기간 46.66% 올랐다. 그밖에 '메리츠 솔랙티브 2X WTI원유 선물 ETN(H)'(45.59%), '하나 S&P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B'(44.95%),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43.76%),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43.55%) 등은 4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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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선물 가격과 연동되는 ETF와 ETN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쟁이나 분쟁으로 이 지역의 원유 생산이나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 가격이 오르게 된다.
국제유가는 17일 7월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84달러로 마감해 전일 대비 3.07% 올랐다. WTI 가격은 13일 석 달 만에 70달러 선을 넘은 이후 3거래일 연속 70달러를 웃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과 이란 간 격화하는 무력 충돌과 관련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면서 이란에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리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에서 한 달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ETF는 'TIGER 머니마켓액티브'로 이 기간 8033억 원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상품이지만 고금리·우량채권 등을 선별 투자해 MMF보다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RISE 단기채권알파액티브(1492억 원)', 'SOL 초단기채권액티브(969억 원)' 등 안정성과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 초단기 채권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고유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유가는 중동 정세 변화 속 상방 리스크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나,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유가의 급등세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