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 매각 발표 이후 악화일로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의 일부 시설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노사갈등이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측과의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지엠은 내수 생산 차종이 수출에만 집중돼있고 신차 계획이 없는 상태라 노조의 파업 시 ‘생산 위축→고용 불안→철수’라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조합원 대상으로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파업) 결의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50%가 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파업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사측과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8일 임직원에게 전국 9개 GM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토지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한다고 공지했다. 노조는 전날에도 조합원 전진대회를 열고 “9개 직영 정비사업소와 부평공장 시설 매각 계획에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산 차량의 80%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지엠이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우려하며 ‘철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한국에서 총 49만4072대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84.8%(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최근 사측은 2020년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은 안규백 노조위원장을 전격 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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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시 생산 위축을 부르면서 고용이 불안해지고 철수까지 이르게 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GM은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 등에서 변수 발생 시 현지 공장을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정리해온 전례가 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적자 심화를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한국지엠이 2028년 정부와의 협상 시기가 도래하면서 현 상황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며 10년간 국내 사업 유지를 약속했었다.
노조는 정치권과 함께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전향된 입장이나 미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확실하고 안정된 계획 제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협의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