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화장을 고치며

입력 2025-06-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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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증세는 좀 좋아지셨나요?”

환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내 얼굴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간호사에게 약을 줄이고, 퇴원 준비를 시키라고 하니 나를 빤히 본다. 아직 낫지 않았다는 환자를 퇴원시키라니 의아한 모양이다.

“환자분을 잘 살펴보세요. 화장도 하고 붉은색 립스틱도 진하게 바르셨죠. 예쁜 머플러까지 하셨고.”

그제야 간호사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침에 시행한 검사 결과까지 좋은 마당에야 확실한 증거가 된 셈이다. 간호사가 다시 환자에게 물어보니 그분도 좋아진 걸 느꼈지만, 재발 걱정에 불안해서 그렇게 답했다고 말씀하셨다. 마음과 육체 간에 불일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민하거나 겁이 많은 분들께 주로 일어나는 이 현상은 신체적으론 병이 좋아졌어도 마음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에 발생한다.

물론 다른 이유가 끼어들 경우도 있다. 보험금 등 경제적 이유, 관심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시 돌아갈 직장이나 가정의 복잡성이 그것이다. 전자처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경우라면 곧 회복되지만, 후자의 경우엔 병이 좋아진 것을 예측할 수 없어 난감할 때도 있다. 그때 이것을 판별할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바로 화장과 옷차림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세수조차 안 하고, 병원복만 고집하던 환자의 얼굴에 화장기가 돌거나 액세서리라도 걸치면 마음과 육체 사이에 생겼던 괴리감이 끝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이때는 약을 줄이거나 퇴원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하랴. 화장은커녕 옷이나 액세서리조차 바꾸지 않는 남자 환자들의 경우엔 난감하다. 다행인 점은 요즘은 남자들도 꾸미고 화장하는 것이, 대세가 된 세상이라니 의사로선 모든 남자가 화장할 때를 손꼽아 기다려 볼 수밖에는. 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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