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나흘째 이어진 16일(현지시간) 상승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휴전 및 핵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력 충돌이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7.30포인트(0.75%) 오른 4만2515.09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56.14포인트(0.94%) 뛴 6033.1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4.39포인트(1.52%) 상승한 1만9701.21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양국 간 무력 충돌로 시장 불안감이 커졌지만 이란이 휴전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요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이 아랍국가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긴급하게 휴전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개입을 우려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핵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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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CNBC방송에 “시장은 이번 분쟁이 제한된 전쟁 양상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에 안도하고 있다”며 “다만 분쟁이 몇 주간 지속될 수도 있어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며 미국의 개입으로 인한 격화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가장 먼저 핵‧군사시설과 군 수뇌부 등을 선제적으로 공격했고 이후 정유소 등 에너지 시설과 도심 등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이날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기지와 함께 이란 국영방송을 공습했다. 또 이란 영공의 제공권을 장악했다며 군사작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어 이번 작전의 목표가 이란 최고 지도부 제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란의 휴전 제안에 국제유가는 1% 이상 하락했고 동시에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주요 종목들의 상승이 눈에 띄었다. 매그니피센트7(M7)인 마이크로소프트(0.88%)·엔비디아(1.92%)·애플(1%)·아마존(1.89%)·메타(2.90%)·알파벳(1.17%)·테슬라(1.17%) 등 7종목이 모두 올랐다. 군사 충돌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인공지능(AI) 방산업체 팔란티어 주가는 2.92% 급등했다.
시장은 18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날 다소 약세를 보인 6월 뉴욕주 엠파이어 제조업지수를 소화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6월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 16.0으로 전달(-9.2) 대비 6.8포인트 내려갔다. 마이너스는 제조 활동 위축을 의미하며 시장 예측치도 하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거듭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미 국채 금리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속된 교전에 보다 집중하면서 소폭 상승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bp(1bp=0.01%포인트) 오른 4.45%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16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21달러(1.66%) 떨어진 배럴당 71.7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1.00달러(1.35%) 내린 배럴당 73.23달러로 집계됐다. 13일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에 7% 이상 급등했다.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이날로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이란이 튀르키예,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미국에 휴전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에 휴전을 중재해달라는 것으로 그 대가로 핵 협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해당 사실을 확인하며 “이란은 대화하고 싶어한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천연가스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공습 소식에 유가가 77.49달러로 올랐지만 석유 수출 시설이 공격받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되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에 하락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유가가 떨어지길 바라는 상황으로 분쟁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자니브 샤 라이스타드에너지 석유 전략가는 “유가가 더 오른다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통제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수 있어서 분쟁이 단기 충돌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유럽증시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이 지속하고 있는데도 반등했다.
16일(현지시간)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7포인트(0.36%) 상승한 546.91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182.89포인트(0.78%) 오른 2만3699.12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24.59포인트(0.28%) 상승한 8875.22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57.56포인트(0.75%) 상승한 7742.24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종목으로는 프랑스 르노가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 사임 소식에 8.69% 급락했다. 반면 데 메오 CEO가 합류한다는 소식에 케링은 11.76% 급등했다.
주요 지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반등했다. 다만 일부 투자전략가들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J벨의 러스 몰드 애널리스트는 CNBC방송에 “특히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시장은 중동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변수가 너무 많고 지정학적 고려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금값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에도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 하락한 온스당 3392.8달러를 기록했다. 장 초반 4월 22일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내 반락했다.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1% 내린 온스당 3417.30달러에 마감했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지난주 이란과 이스라엘이 교전을 시작하자 8주 만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이날은 차익실현 탓에 가격이 내렸다.
하이릿지퓨처스의 데미이더 머거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차례 거래에서 금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에 대한 반응으로 상승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이날은 상승세 이후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하락세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17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 머거 애널리스트는 “현시점에서 관세부터 지정학적 긴장까지 상당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7일 오전 7시 55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2.66% 급등한 10만8090.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2.17% 오른 2600.4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5.33% 뛴 2.28달러로, 솔라나는 1.89% 높은 154.98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는 투자자들이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을 주시하는 가운데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04% 하락한 98.15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5% 상승한 1.1604달러, 파운드·달러 환율은 거의 변동 없이 1.357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0.3% 상승한 143.73엔으로 집계됐다.
BNY마켓의 존 벨리스 투자전략가는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지금까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만큼 달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며칠 동안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매수세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주목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투자전략가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는데도 달러, 금, 유가는 하락세를 보인다”며 “시장은 중앙은행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위험한 건 미국 관세 정책”이라며 “상호관세 종료일은 7월 9일이다. 이 문제가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7일부터 양일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갈등 등 여러 변수가 산재한 만큼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포렉스닷컴의 데이비드 송 수석 투자전략가는 “현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