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50주년 열병식 개최…"美 강해지고 위대해질 것"
군용차 150대 등 동원…4500만 달러 비용 투입 추정
전국 반트럼프 시위…“미국에 왕은 없다”
민주당 주의원 총격으로 사상 등 폭력 사태도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육군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멜라니아 트럼프(네 번째) 여사와 함께 경례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에 맞춰 34년 만의 열병식을 열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 킹스(No King·미국에 왕은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등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수도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미국 수도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된 것은 걸프전 직후인 1991년 6월 이후 3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대규모 열병식을 원했으나 참모들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었는데, 그 숙원을 2기 집권 첫해 이뤘으며 날짜도 자신의 79번째 생일에 맞췄다.
▲미국 워싱턴D.C.에서 14일(현지시간)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리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이 참석했다. 약 6700명의 병력과 150대 군용 차량, 50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전차와 장갑차 스트라이커, 보병전투차 브래들리 등이 등장했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4500만 달러(약 615억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육군의 역사와 용맹함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우리 전사들은 전 세계 전장과 전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맹함을 보여줬다”며 “다른 나라들은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한다.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할 때가 왔다.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14일(현지시간)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EPA연합뉴스
지금까지의 열병식은 걸프 전쟁 승전 퍼레이드 등 미국이 해외에서 승리해 국민의 단합과 애국심이 고조된 시기에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동시에 진행돼 빛이 바랬다. ‘노 킹스’라는 이름의 시위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이날 열병식을 여는 것에 반대해 기획됐는데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를 계기로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인디비저블’과 ‘미국시민자유연맹’ 등 진보성향 단체가 주도한 이번 반정부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전국 약 2100곳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날 수백만 명 시민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에서 20만 명 이상, 필라델피아에서 1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소도시인 미시간주 펜트워터에서는 인구 800명 중 절반인 4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노킹스연합은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주 브루클린파크에서 14일(현지시간) 중무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주의원을 총기로 살해한 용의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브루클린파크(미국)/AP연합뉴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각에서는 이들을 겨냥한 정치적 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이날 민주당 소속의 주의원 두 명이 총격을 당했는데 그중 한 명은 남편과 함께 사망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표적을 정해두고 저지른 정치적 폭력 행위”라고 규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버지니아주에서는 운전자가 시위대를 들이받아 각각 4명, 1명의 부상자를 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주의원들에 대한 위협이 제기돼 주 의사당 일대에 대피령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