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기술이라는 포장이 만든 상장 허상

입력 2025-06-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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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40%는 시가총액 반토막. 시총이 감소한 상장사는 10곳 중 7곳에 육박”

최근 한 기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과 실적 등을 조사한 결과다. 해당 내용을 전한 기사에는 "코스닥 시장은 사기꾼과 투기꾼의 노름판", "상장폐지 직전에 '먹튀'하라고 만든 제도 아닌가" 등 날 것의 댓글이 잇따랐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기술 경쟁력이 있는 회사는 상장과 무관하게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기술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상장으로만 자금 확보가 가능하므로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댓글이었다. 표현 차이는 있지만 결국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부실기업 난립을 자초해 우리 자본시장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공통된 우려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제도 폐지만이 능사인 걸까. 취지를 생각한다면 아닐 것이다. 당초 이 제도는 우수한 기술력 등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춰주고자 도입됐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혁신적이거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적자 회사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초기 수익 창출이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제약·바이오 기업 등에게는 중요한 자금 조달 창구인 것이다.

문제는 이 기술력과 사업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다. 거래소는 2023년부터 평가 가이드라인과 표준 양식을 도입하고 평가기관을 조정하는 등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 업종과 기술이 다양해 여전히 각 평가기관 위원들이 일관된 정성평가를 하긴 어렵다. 또 고질적 문제였던 불투명성 논란 등은 다소 가라앉고 있는 모양이지만 되레 지나치게 엄격해진 심사에 상장 포기 기업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선 댓글처럼 시장을 압도할 만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만, 그런 사례는 흔치 않다. 제도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고민과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반 투자자들도 기업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력과 사업성은 기업 주가 향방을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증권부 기자로서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투자설명서나 기업설명회(IR) 자료를 보면 모든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것처럼 보여, 실적 추정치가 적당한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나 역시 기자이기 전에 투자 설명서를 읽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일반 투자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라 명쾌한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복잡한 전문 용어가 가득한 투자설명서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친절하고 명료하게 고쳐 써야 한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늘 폐지 만이 해답은 아니다. 혁신 기업이 성장하려면 모험자본 공급은 필수적이고, 이는 우리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숫자로 입증되지 않은 기술력만을 무기로 상장에 나서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그 기술에 대해 시장 전체가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모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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