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단은 27일 저녁 마지막 TV 토론회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당시 발언은 굳이 옮기지 않겠다. ‘갑자기 저 말을 왜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던 찰나, 다른 사람들도 나랑 생각이 같았나 보다. ‘왜?’라는 물음이 담긴 카톡이 쏟아졌다. 더구나 그 토론회 주제는 ‘정치개혁과 개헌’이었다.
발언의 의중을 찾아보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은 지난 대선 때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었다.
이재명 후보의 가족 관리 능력 등 도덕성은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다만 남을 지적하기 전에 본인의 방식은 옳았나.
이준석 후보는 28일 라디오 방송에서 특정 후보를 겨냥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질문했던 게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있는 발언 하나를 소개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민노당의 기준을 물어본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날인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선 “저의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고 주장했다. 권영국·이재명 후보가 ‘누구’의 발언이라고 말하지 않은 그 질문에 답하면 차례로 꼬리 질문을 하려 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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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날(28일)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 아들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했다. 당시 질문 내용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했다는 주장이 있을 뿐 진위가 규명되지 않았던 터였다. 그사이(28일 저녁)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음란글을 게재한 혐의로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치권 누군가는 “누가 단계적 검증을 권영국 후보한테 물은 뒤에 이재명 후보에게 또다시 돌려서 묻나?”라고 비꼬았다.
이준석 후보는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28일), “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29일)라며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려 애썼다. 전체 연령대 국민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후보 검증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성폭력을 묘사하거나 재현하는 건 그 자체로 가해 행위라는 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후보 검증을 위해 질문이나 인용의 형식을 빌렸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논란이 불거진 후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산책 유세. 뒤에서 한 남성이 “미친XX 아니야 저거”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이준석 후보를 향해 “반성하셔야 한다. 굉장히 불쾌했다”고 쏘아붙였다.
누군가를 검증하려 했던 이준석 후보는 스스로 대선 후보 자질에 대한 검증대에 올랐다. “원래의 표현을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는 불편한 변명이 아닌, 그냥 사과는 하면 안 됐었나. 그가 보여 주려 했던 ‘압도적 새로움’은 무엇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