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소비 전력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모델 학습·추론 등 고성능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만큼 일반 검색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저전력 메모리와 기판 등 효율화 솔루션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을 탑재할 계획이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제안한 자체 표준으로, 저전력(LP) 더블데이터레이트(DDR)5X를 기반으로 만든 모듈이다. 기존 HBM보다 전력 효율은 30~40% 높고, 탈부착이 가능해 확장성도 뛰어나다. 마이크론은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소캠 최초 인증을 받아 양산을 시작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샘플 공개를 통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기술도 주목받는다. PIM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담당하던 연산 기능을 메모리로 일부 옮겨와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인 구조를 말한다. 데이터 이동 없이 메모리 내에서 연산을 수행해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내년 1분기 표준화 완료를 목표로 LPDDR6 기반 PIM 개발을 공동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고객사와 함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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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PIM을 통해 개인화 기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전력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미 여러 고객사와 사용처 관련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이를 시스템 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기판 역시 저전력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기판이 게임 체인저로서 주목받고 있다. 기판은 반도체 칩과 전자기기 사이에 전기신호가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품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온도에 따른 변형이 작고, 전기적 절연성도 뛰어나 전력 효율성이 30% 이상 뛰어나다.
SKC는 지난달 3100억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조달 자금을 반도체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의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짓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이르면 7~8월게 시제품 테스트를 마치고,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유리기판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협업 생태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현재 파일럿 라인 가동 준비가 마무리 단계며, 올해 중으로 2~3개 미국 빅테크 기업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이노텍 역시 구미 사업장에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구축, 연내 시험 생산에 돌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 소비되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비 전력을 낮추는 기술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