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900선을 돌파했다. 11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19포인트(1.23%) 오른 2907.04다. 코스피 종가가 2900선을 웃돈 것은 2022년 1월 14일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 시장도 전 거래일 대비 15.09포인트(1.96%) 오른 786.29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장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은 1656억 원, 기관은 228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제 대망의 3000선이 눈앞이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됐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기업 지배구조나 내부거래, 한반도 안보 이슈 등이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이번 연속 상승세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랠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고질적인 저평가의 늪을 벗어나는 대전환점이 될 여지도 없지 않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의지를 밝혔다. 현장 간담회에서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고 했다. 또 “새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발언대로 가계 자산을 증식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코스피, 코스닥이 자리 잡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원스트라이크아웃제, 과징금 부과로 그런 길을 닦을 수 있다고는 믿기 어렵다. 기업을 들볶는 갈라파고스 규제로는 더더욱 그렇다. 재계 우려를 키우는 경직적인 상법 개정 등으로 이상향을 건설할 수 있다면 왜 일찍이 시장경제 체제를 택한 선진국들이 그런 길로 나아가지 않았겠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다. 본말과 경중을 잘 따질 일이다. 진정 급한 것은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장할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시장 친화적 분위기 조성이다. 우리 경제는 안팎의 위기에 처해 있다. 수출 전선부터 불안하다. 어찌해야 미래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기업의 투자 심리를 살릴 생각부터 해야 한다. 소액주주 보호 강화책 따위로 우리 자본시장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은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주가는 실물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다. 정치와 정부가 시장과 기업의 상전 노릇을 하면 실물 경제는 뒤틀릴 수밖에 없고, ‘정치 리스크’만 크게 불거지게 마련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과 불법 파업을 조장할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및 정년 연장 등 한국 경제 경쟁력을 망가뜨릴 정치발 악재가 이미 수두룩하다. 이런 것부터 치워줘야 새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했다. 코스피 5000이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말 따로, 행동 따로’여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