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디보다 거리를 잘 보고, 바람까지 읽어줍니다.”
최근 필드에서는 “몇 미터예요?” 대신 “보이스캐디가 뭐라고 하나요?”라고 묻는 골퍼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이제 거리 측정기 하나만 있어도, 마치 프로 전담 전략가처럼 코스를 공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남은 거리 147m, 오르막 +6m, 바람 시속 4m 북동풍입니다. 7번 아이언 추천드립니다.”
이 안내는 AI 기반 거리 측정기기 ‘보이스캐디 T12’이 실제로 제공하는 정보인데요. 음성으로 거리와 바람, 고저차까지 안내해주며, 사용자의 데이터 기반으로 클럽까지 추천해 줍니다.
이처럼 AI 캐디 기기는 단순한 거리 측정기를 넘어서서, 지형 변화와 고도, 풍속까지 고려한 샷 전략을 제안하죠. 일부 기기들은 사용자의 과거 기록까지 분석해 “이 홀에서는 지난 라운드에서 퍼팅을 세 번 했으니 이번엔 두 번 안에 끝내보세요”라는 식의 맞춤형 안내도 제공합니다.
골프는 인간이 하는 스포츠이지만, 기술이 가장 먼저 스며든 종목 중 하나인데요. 골프는 샷 하나하나가 독립적 데이터로 쌓이기 때문에, AI가 분석하기에 아주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또 바람, 지형, 거리, 고도 등 변수가 많아 분석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유명 복합골프공간 ‘탑골프(Topgolf)’에서는 공마다 칩이 내장돼, 날아간 거리, 궤적, 스핀 등을 즉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이러한 시스템은 국내외 유튜브 골프 콘텐츠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젊은 세대 골퍼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사람 캐디를 대체하게 될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거리나 전략 분석에서는 AI가 앞서더라도, 현장 경험, 코스 관리, 심리적 안정감 같은 부분에서는 사람 캐디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는 AI 거리 분석기와 사람 캐디가 함께 플레이를 도와주는 하이브리드(복합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추천한 클럽을 사람 캐디가 참고하면서 플레이가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골프 연습장도 이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트랙맨(TrackMan), 골프존과 같은 시뮬레이션 기기들은 단순히 비거리만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서, 스윙 자세, 클럽 궤적, 회전 각도까지 분석해줍니다. 스마트폰 기반의 AI 분석 앱 ‘스윙비전(SwingVision)’은 사용자의 스윙 영상을 분석해 “상체 회전이 부족합니다” 혹은 “공이 먼저 맞았습니다”와 같은 피드백을 자동으로 제공하죠.
이러한 기술 덕분에 아마추어 골퍼도 집에서 프로 선수 수준의 분석과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는데요.

AI가 코스를 읽고, 바람을 분석하고, 클럽까지 추천해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골퍼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결국, 공을 치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1타를 책임지는 것은 결국 인간의 판단과 감각입니다. 그리고 골프는 그 한 타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인생 같은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AI가 전략도 짜주고 거리도 알려주지만 가장 어려운 건 여전히 ‘스스로 좋은 샷을 날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