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AI 투자 100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5-06-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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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이다. 국내에서 인공지능(AI)을 연구하던 또 한 명의 인재가 미국행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근무 조건에 더불어 AI 모델을 제대로 개발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이유였다. 현장에서 만난 AI 기업 관계자들이 털어 놓은 한숨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해외의 유능한 AI를 유치하기는 커녕 이들을 한국에 붙잡아두는 것 마저 어렵다는 토로였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AI 인재 확보에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의 과학·국제 문제 연구소 ‘벨퍼 센터’에 따르면 AI 인재 지표의 한국 점수는 2.6점으로 △중국 20점 △미국 19.1점 △유럽 17.6점과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 유출이 심각한 탓으로 풀이된다.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당최 AI 인재 확보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1차 추경안에 따르면 AI 분야에 추가 투입되는 1조 8000억 원 중 AI 인재 확보와 관련한 예산은 450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의 2.4%밖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다. 1조 8000억 원 중에서 1조 5000억 원 가량을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쓴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부 역시 인재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약을 살펴보면 △AI 투자 100조 원 시대 개막 △최소 5만개 이상 GPU 확보 △AI 전용 신경망 처리 장치(NPU) 개발 △국가 SOC 차원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위주의 내용인 것을 알 수 있다. AI 인재에 관한 내용은 지역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병역특례를 확대한다는 공약이 전부였다.

현재 우리나라 AI 인재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스톡옵션과 같은 혁신적 보상 모델 마련부터 해외 한인 전문가의 귀환 유도 및 원격 협업 등 AI 인재들이 미국행 티켓을 끊지 않도록 할 실질적인 고민에 대한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 자라나는 새싹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AI 최전방에서 기술력을 고도화할 인재 확보에 대한 뾰족한 고민이 없다면 AI 3대 강국은 요원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과제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실 조직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처음부터 대통령실이 AI를 필두로 한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이제는 AI 인재 확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대학교수는 “AI에서 제일 기본이 되는 인프라보다 더 근간이 되는 게 무엇인지 아냐”면서 “그건 바로 인재다. AI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AI 투자를 논하는 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100조 원이 효용을 발휘하려면 사람에 대한 고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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