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존 스콰이어스(John Squires) 미국 특허청(USPTO)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0일 공식 지명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례적으로 빠른 지명과 청문회 일정에 따라, 이르면 6~7월 정식 인준을 거쳐 하반기 중 특허청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경력과 청문회에서의 발언을 통해, 향후 미국 특허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존 스콰이어스는 금융, 핀테크,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기술 융합 분야에서 오랜 기간 지식재산(IP) 실무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IBM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골드만삭스에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최고 지식재산 고문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로펌의 IP 부문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특히 그는 포트리스투자그룹(Fortress Investment Group)의 IP 자산화 구조 설계에 참여해, 특허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IP금융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특허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파산을 피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스콰이어스는 미국 특허 시스템의 품질 저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PTAB(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에서 무효 판결 비율이 68%에 이른다며, “미국 특허 시스템이 공장이었다면, 생산품의 68%가 결함이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러한 원인이 무효 심판 제도 자체가 아니라, USPTO의 초기 심사 과정에 있다고 지적하며, “특허는 태어날 때부터 강해야 한다(born strong)”는 표현과 함께, 심사 단계에서부터 특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한 심사 효율 향상, 선행기술 공개 장려, 데이터 기반 품질 추적, 반복 오류 방지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특허 적격성(§101)’ 기준의 불확실성이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 적격성이란, 어떤 발명이 특허 보호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특히 소프트웨어, AI, 의료 진단 기술 등에서는 특허가 가능한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는 중국의 특허 제도가 미국보다 더 폭넓은 기술 영역을 보호하고 있다며, 미국도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특허 개혁 법안(PERA, PREVAIL, RESTORE)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미국의 기술 주도권 유지를 위해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스콰이어스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국내 기업들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특허 적격성 기준 완화를 통해 AI, 소프트웨어, 핀테크 등 분야에서 미국 특허 확보 및 방어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특허 무효화 기준이 높아질 경우 특허 분쟁에 따른 리스크가 함께 증가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정교한 미국 내 IP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허청장 정식 취임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 특허 정책은 다시 한번 방향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를 단순한 제도 변화로 보기보다, 글로벌 IP 전략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인식하고 분야별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