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AI 및 반도체 생태계 재편 기대
강성노조 있는 현대차 등 주 4.5일제 도입 부담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산업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여권의 산업 정책 기조와 맞물려 ‘웃는 기업’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다. 정부 주도형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기술 육성 정책이 전망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투자 확대와 전략적 사업 전개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반면 일부 기업들에겐 규제 성격의 노동 정책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우려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수혜주자로는 LS그룹이 꼽힌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핵심 공급망을 LS그룹 계열사들이 쥐고 있어서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전남 해남서인천(430km)과 새만금영흥(190km)을 잇는 두 노선으로 구성되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약 8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애초 현 정부와 한국전력은 2023년 발표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2036년까지 해당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이를 6년 앞당기겠다고 공표했다. 또 2040년까지 한반도 전역에 해상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서해안 지역에서 풍력,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해저케이블 기반의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실제로 바다에 설치하려면 고난이도의 ‘포설(敷設)’ 작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이 까다로운 작업을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은 LS전선의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뿐이다. LS마린솔루션은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전용 시공선을 보유 중이다. 국내 HVDC 사업 수주에 있어 사실상 독점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HVDC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LS그룹이 사실상 국가 전략 사업의 공급망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기조가 현실화되면 수혜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분야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은 이재명 대통령 기조에 힘입어 LG그룹 역시 기대감이 높다. LG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 LG전자·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제조와 소재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LG의 AI 기술 활용 무대는 더욱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서는 정부 정책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공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용인·평택 등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속화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확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을 가진 점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 회동이 반도체 산업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확장을 위한 민관 협업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일부 아쉬움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업계가 요청한 주 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AI·반도체 고급 인재의 장시간 몰입이 불가피한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정책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노동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임금감소 없는 주 4.5일제’가 새 정부의 추진 과제로 언급되면서 강성 노조를 보유한 일부 제조 대기업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 중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경영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해온 상황이지만 경영진은 생산성과 인건비 부담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행 52시간제에서도 인력 운용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일률적 단축이 강행되면 기업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