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이재명이 걸어온 길[이재명 정부 출범]

입력 2025-06-04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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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성남교회 지하실서 눈물 쏟으며 정치 결심
13세 공장 산재·독학 사시 거쳐 시민운동 변호사 변신
성남시장 8년간 청년배당·무상교복 첫 도입 성과
대선 3년만 재도전…대법원 파기환송 딛고 당선

우리가 시장 돼서 만들자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의 2000년 분당 부당용도변경 반대집회 참석 당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사진=뉴시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의 2000년 분당 부당용도변경 반대집회 참석 당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사진=뉴시스)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성남 주민교회 지하 1평짜리 기도실. 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하다 수배령이 떨어진 이재명 당시 설립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동료인 정혜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다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이 원하는 공공의료원 하나 못 만드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이 엄습했다. 그는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절박함에 사무쳤다. 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아무리 싸워도 한계가 명확했다. 권한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게 거의 유일한 길이다." 정치를 생각해본 적 없던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국회의원 몇 명과 시장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현실. 그는 권한을 갖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제도를 바꾸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그의 결심은 곧 현실이 됐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당선인은 선거 전날 과거 눈물을 쏟았던 성남 주민교회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 정치의 출발점이자 원점"이라며 그날을 회상했다. 무력감에 떨던 시민운동가는 21년 만에 많은 것들을 바꿀 권한을 갖게 됐다.

산재 소년공에서 변호사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의 1990년대 중후반 인권 변호사 시절 어느 한 토론회장에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사진=뉴시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의 1990년대 중후반 인권 변호사 시절 어느 한 토론회장에서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사진=뉴시스)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의 삶은 전형적인 산업화 시대 서민의 궤적이었다. 7남매 중 다섯째, 초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생산 현장으로 내몰렸다. 1976년 성남의 프레스 공장에서 왼팔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을 때 그는 13세였다.

병원비는커녕 "네 잘못"이라는 공장주의 말에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중앙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후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장애인 독학 합격자라는 타이틀은 화제가 됐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억울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 사법고시 합격 소감을 밝힌 그는 이후 성남에서 개업해 주로 노동자, 세입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건을 맡았다. 성남시민모임(현 성남참여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에 관심을 쏟았다.

성남의 실험, 그리고 전국구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2018년 3월 14일 퇴임식에 앞서 성남시립의료원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2018년 3월 14일 퇴임식에 앞서 성남시립의료원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은 '성남의 실험'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청년배당은 만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2018년까지 8년간 성남시장을 지내며 그는 '불가능하다'는 정책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청년배당, 무상교복, 시민배당, 공공의료원 설립 등 비판이 이어졌지만 결과로 증명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되자 무대는 더 커졌다. 인구 1300만 경기도에서 기본소득을 확대하고, 2020년 코로나19 때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선 정책은 '이재명표' 브랜드를 만들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 재도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라는 역대 가장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7.77%의 압도적 득표로 당 대표에 선출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그는 2024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당 대표로서 야권 연대와 탄핵안 가결에 앞장섰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다시 한번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파기환송 판결 딛고 대통령 당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장에 도착해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장에 도착해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은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터진 악재였다. 노동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판결 소식을 들은 그는 담담했다. 일부에서는 후보 사퇴론까지 거론됐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는 짧은 논평만 남겼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는 하루 평균 5개 도시를 돌며 유권자들과 만났다. 그는 전통시장과 공단,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민생 투어 현장에서 터져나온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 결국 국민은 소년공 출신 이재명을 제21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프레스 공장에서 산재를 당한 13세 소년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49해가 흘렀다. 그의 "소년공 이재명이 위대한 국민과 함께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긴 현실을 마주한 이들에게 희망이 됐다. 두 번의 도전, 한 번의 좌절, 그리고 얻은 한 번의 승리였다.

[이재명(李在明, 1963년 12월 8일~) 당선인은]

△경북 안동 출신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통과 △1986년 중앙대 법학과 졸업과 동시에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 주도 △2010년 제19대 성남시장으로 정계 입문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선으로 전국적 정치적 입지 확장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0.73%p 차이로 낙선 △같은 해 8월 당대표 선출 △제22대 국회의원(인천 계양구을)으로 외교통일위원회 활동 △2024년 총선에서 54.13% 득표율로 재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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