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높은 중소 철강사 직격탄 우려
일본제철 US스틸 인수에 업계 ‘이중고’
정부·업계 긴급 대응 나서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현행 25%인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오는 4일부터 50%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였던 기존 관세의 두 배인 50%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세 인상은 4일부터 즉시 시행될 예정으로, 사실상 철강 수출에 대해 관세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 수출량 중 미국 물량은 277만t(톤)으로, 일본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중소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관세 인상이 이들에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과 POSCO홀딩스 등 한국 주요 철강사의 경우 대미 수출 물량이 총 판매량의 약 3% 내외로 제한적이어서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철강 관련 정책의 본질이 통상이 아닌 정치 동원이 된다면,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철강 관세는 쉽게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 계획이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일본제철은 2012년 포스코를 상대로 전기강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을 만큼 한국 철강업계와 직접적으로 경쟁 중인 고부가가치 철강 전문 기업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게 되면 미국 현지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US스틸의 철광석 광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자원 면에서도 유리해진다”며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도 없고 관세 폭탄까지 맞은 국내 철강사는 고스란히 이중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본제철이 인수를 완료하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그 사이 국내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계획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도 완공 시점이 2029년으로 예상돼 단기적인 대응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철강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KG스틸, 세아제강 등 업계 임원과 함께 긴급 점검 회의를 열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트럼프발(發) 철강 관세 인상이 미칠 영향력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상황과 정보를 수집할 것”이라며 “회의에서도 민간 원팀으로 대응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