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서 기적일군 성장史 부정
눈 부릅뜨고 투표로 거짓 가려내야

성경 잠언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란 구절이 있다. 혀는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오래전 대우건설의 남상국 사장도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이다. 유시민 전 이사장의 발설(發說)이 6월 3일 대선 본투표를 앞두고 대선현장을 달구고 있다.
유시민은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유시민은, “김문수가 ‘학출’ 노동자,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노동자’ 설난영과 혼인한 것이다.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의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라며 “이래서 설난영의 발이 공중에 떠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 중에 ‘학출 노동자와의 결혼’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된다는 것이다. 논리학에 ‘무지에 대한 호소(Appeal to ignorance)’란 개념이 있다. 평상용어로 풀어내면, ‘내가 아는 걸 네가 모른다’는 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을 핍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식의 유무’를 ‘인격적 서열’로 환원시키게 된다. 이는 앎이라는 진리 탐구의 목적을 망각하고, 권력이나 우열 관계 설정으로 논의를 왜곡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은 상황적, 맥락적, 전문 영역별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무지할 수 있다. 상대성 이론을 꿰고 있는 유명 물리학자는 베토벤이 교향곡을 몇 개 작곡했는지 모를 수 있다. 반대로 교향곡을 작곡하는 유명 작곡자는 물의 분자식이 ‘H2O’임을 모를 수 있다. 설난영이 세진전자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은 남이 쫓아 올 수 없는 기술이었을 것이다.
유시민의 ‘김문수와 설난영의 관계가 어떨지 짐작된다’는 발설은 그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다. 1970년 기준 한국의 고등학교 대학진학률은 18.1%로, 남학생은 25~28%, 여학생은 8~10%였다.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 재학생 수는 24만 명으로 당시 총인구 약 3200만 명의 0.75%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국민 절대다수가 대학 정문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경제 기적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극소수 대졸자의 배타적 공(功)인가. 지력이 우수하고 머리가 좋아서 대학에 갔겠지만 그 이전에 ‘여건’이 허락해 대학에 간 것이다. 대학 미진학자의 ‘삶의 현장’에서의 처절한 생존과 기여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학을 나오고, 못 나오고’가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의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라는 발설은 더욱 이해 불가하다. ‘배우자이기에 그 자리를 거저 차지했다’는 말이라면, 대선후보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유시민의 눈에 배우자는 무임승차자로 보이나 보다. 그의 말대로 ‘그녀가 인생에서 갈 수 없는 자리’가 엄존한다면 대한민국은 신분사회·계급사회이어야 한다. 자기 노력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타는 것이 대한민국 아니던가. 유시민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표현이 과했다’고 사과했다. 표현이 과한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좌파들은 정직하지 않다. 사과할지 모른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민주당 주변 인물들의 이재명 배우자 김혜경 엄호발언이다. MBN에 출연한 한 인사는 설난영의 발언이 너무 ‘부정적(nagative)이고 정치적’이라고 바판한다. 대선국면에서 대선후보 배우자의 발언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의 의미는 공적(公的)이다. 대선후보 부인이 사적(私的)인 얘기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법카(경기법인카드) 의혹’을 제기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2024년 11월 19일 이재명 경기지사 재임 중 경기도 예산 1억653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업무상 배임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그중 김혜경이 유용한 금액으로 889만 원을 특정하고 있다.
김혜경은 2022년 1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무한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그렇다면 설난영의 문제 제기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선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뽑는 것이 아니고 버리는’ 과정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불확실한 사람을 내치는 것이 선거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매의 눈으로 투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