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자동화, 효율 개선 핵심 동력
전체 중 고도의 자동화 인프라 비율 10% 불과
김범석 “투자 아끼지 않겠다”

쿠팡이 박대준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박 대표 체제에서 인공지능(AI) 물류혁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물류 인프라 자동화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 중이다.
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쿠팡은 강한승·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 대표는 1973년생으로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와 네이버를 거쳐 2012년 쿠팡에 정책 담당 실장으로 합류했다. 이어 2019년 쿠팡 정책담당 부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아왔다.
평소 인사 시즌이 아닌 상반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여러 해석 중 쿠팡이 향후 물류 시스템에 AI 등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을 반영,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에 무게가 실린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연 매출 40조 원을 넘으며 사실상 이커머스 왕좌에 오른 만큼 향후 매출을 늘려가는 동시에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AI 기반 물류 효율화가 쿠팡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셈이다.
실제로 박 대표는 AI 물류혁신을 바탕으로 전국 로켓배송 확대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쿠팡의 혁신 신사업과 지역 인프라 개발을 이끌어 왔다. 작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준공한 ‘광주첨단물류센터’와 올 3월 착공한 충청북도 제천시에 있는 ‘제천첨단물류센터’가 대표 사례다.
쿠팡에 따르면 이들의 AI와 머신러닝은 수천만 건의 상품 수요를 사전에 예측해 재고관리를 최적화한다. 당일·익일 배송을 위해 소비자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가까운 물류센터로 이동시킨다.

물류센터에도 AI와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다. 상품 입고 시 최적의 진열 위치와 작업자 동선을 안내하는 랜덤 스토우,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옮겨서 더욱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무인운반로봇(AGV), 배송지에 따라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소팅 로봇 등이다. 배송 단계에서도 AI가 배송차량 내 상품 적재 위치부터 가장 효율적인 배송 경로까지 추천해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실현한다.
AI 기반 물류 효율화 전략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김 의장은 올 2월 4분기 실적발표에서 작년 풀필먼트 물류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 낭비를 없애고 간선(linehaul) 비용을 16% 개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효율성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로보틱스와 자동화를 꼽았다. 김 의장이 직접 컨퍼런스콜에서 물류 효율화에 따른 비용 개선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장에 따르면 쿠팡의 전체 물류 인프라 중 고도로 자동화된 인프라 비율은 10% 초반이다. 쿠팡이 AI, 머신러닝, 자동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물류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2월 실적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은 이제 막 자동화의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면서 “지속적인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체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