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투자 늘리는 국내 철강사…가격 경쟁력 저하 우려
“경쟁 격화? 기우”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승인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기업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실화되면 곧 한국 철강업계의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현재 심각한 구조조정 국면에 있는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최근 일본제철이 황금주를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금주는 단 1주만 갖고 있더라도 주총 의결을 거부하거나 이사 선임, 해임 등 핵심 경영 사안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 의결권 주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SNS를 통해 “US스틸과 일본제철 간에 계획된 파트너십이 될 것이며 일자리 최소 7만 개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에 140억 달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히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긍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최종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뛰어오르게 된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제철은 연 4366만t(톤)을 생산,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4위다. US스틸은 1575만t 생산으로 세계 24위다. 일본제철과 US스틸 생산량을 합하면 5941t으로 중국 바오우그룹,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중국의 안산철강그룹(조강생산량 5589t)을 제치고 3위에 오르게 된다.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는 7위(3844t)다.
철강업은 대표적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즉 대량생산할 경우, 소량생산 보다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 일본제철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미국 현지에서 철강 제품 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철강업계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철소도 미국 내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일본제출의 대규모 투자는 시장 경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주에 약 58억 달러(8조5000억 원)를 투입해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여기에 동참키로 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9만 t으로 4위에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3월부터 모든 철강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경쟁 환경이 근본적으로 악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제철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제철과 일본제철 등 아시아 업체들이 미국 철강 시장의 전기로 전환을 주도할 전망”이라며 “일본제철 신규공장과 US스틸의 빅리버(아칸소에 있는 제철소) 2단계 확장까지 포함하면 2029년까지 미국에 680만~730만 t의 신규 생산능력이 추가(순증 규모는 400만 t으로 예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미국 시장 경쟁 격화, 공급과잉 관련한 우려는 기우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뉴코, 스틸다이나믹스 등의 미국 전기로 업체들이 과거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현대제철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전기로 제철소는 풀가동(완전가동) 돌입 후 15%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