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화 조치” 해명에도 직원 불안감 확산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지엠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측은 운영 효율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행보를 두고 철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전날 전 직원에게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을 공지했다.
한국지엠은 우선 전국의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한다. 매각 대상은 서울, 동서울, 원주, 인천, 대전, 광주, 전주, 부산, 창원 센터다. 매각 후 고객 지원 서비스는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제공한다. 직영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의 매각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내부 검토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이번 조치가 이미 계획된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이번 결정이 철수와는 무관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 및 한국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차량 생산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 있고 이번 조치는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도 “지속해서 제기된 (철수)설과는 전혀 무관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지엠은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연초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총 49만4072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계속해서 철수설을 부인해왔다.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부평공장의 생산물량을 총 3만1000여 대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 결정을 두고 철수를 위한 구체적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냔 의심이 다시 제기된다.
특히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인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에 나선 것은 국내 시장 확대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한국지엠은 불과 두 달 전인 3월 서울 영등포구 ‘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물량을 한국에 배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철수설에 힘을 싣는다. 노조는 수년 전부터 한국 사업장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차세대 신차 생산 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본사는 관련 계획을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GM은 사업 계획 조정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한 사례가 많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적자 심화를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는 건 내수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단계적 철수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