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퍼' 카리나, 진짜 논란은 어디서 시작됐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5-05-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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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카리나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카리나 인스타그램 캡처)

6·3 대통령선거까지 6일. 28일을 기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접어들었는데요. 선거에서는 '블랙아웃' 기간이라고 하죠.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6일 전인 이날부터 조사되는 대선 여론은 본투표 마감 시각인 다음 달 3일 오후 8시까지 결과 공표가 금지됩니다. TV토론도, 여론조사 공표도 없는 '깜깜이' 상태로 최후의 총력전을 벌이게 되죠.

국민의 긴장감도 치솟는 시점, 치열한 갑론을박도 터져 나왔습니다. 다름 아닌 한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이 발단이었는데요. 주인공은 인기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였습니다.

그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올린 사진 여러 장은 순식간에 정치적 해석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카리나의 게시물에 대해 "특정 정당 지지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의도 없이 올린 게시물일 것"이라는 반박이 이어집니다. 한 정당의 지지층에서는 의아한 반응이 쏟아지고, 또 다른 정당의 지지층에서는 '샤라웃'(shout out)이 이어진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대선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게시물은 일종의 '메시지'(?)로 읽히게 됐는데요. 연예인조차 정치권 대립의 일상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출처=카리나 인스타그램 캡처) 2
▲(출처=카리나 인스타그램 캡처) 2

빨간색 옷에, 숫자 '2'…온라인 달군 '그 의상'

27일 밤 카리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습니다. 특별한 멘트는 없었지만 장미 이모티콘을 함께 게재했죠.

이 사진들에는 일본의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리나의 모습이 담겼는데요. 현재 그는 한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카리나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었죠.

그런데 그가 입은 겉옷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빨간색 포인트가 들어간 옷숫자 '2'가 적혀 있다는 이유로, 이번 대선에서 기호 2번으로 나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겁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용한 장미 이모티콘에 대해서도 '장미 대선'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죠. 다만 이 게시물에는 겉옷을 벗고 찍은 사진들도, 파란색 접시를 들고 찍은 사진도 포함됐습니다.

논란을 확산한 건 정치권이었습니다. 백지원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hout out to(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은 사람)"라며 에스파의 사진과 노래를 게시했는데요. 카리나에게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은 순식간에 커졌죠. 팬들의 우려와 네티즌들의 의아한 반응에 카리나는 게시물을 1시간여 만에 지웠는데요. 백 대변인 역시 자신의 글을 내렸습니다.

샤라웃은 이어졌습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카리나의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본을 올리며 "위선자들의 조리돌림. 신경 쓸 가치 없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심할 테지만 이겨내자"고 적었는데요. 해시태그에는 '카리나 건들면 니들은 다 X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샤라웃에는 '정치적 메시지 포함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연예인의 게시물을 선거용 콘텐츠처럼 소비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비슷한 맥락에서 불쾌감을 토로한 연예인도 있습니다.

한 일반인 남성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요태 신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신지, 기호 2번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대동단결! 필승! 국민 대통령 김문수 파이팅!"이라고 적었는데요. 공개된 사진에서 신지는 이 남성과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브이(V)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자칫 신지가 기호 2번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에 신지는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토로했습니다. 신지는 댓글로 "이게 언제적 사진인데"라고 황당해하며 "정치색과 전혀 무관하게 행사 끝나고 지나가는데 사진 찍어드린 것 같은데, 이렇게 사용하시면 회사에 전달하고 법적 조치 들어가겠다. 사진 내리세요!"라고 지적했죠.

이어 "진짜 가지가지들 하고 계시네. 법이 더 강하지 못해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거 같은데 그냥 매번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당하기만 하는 건 너무 억울해서 이번엔 그냥 안 넘어갈 예정"이라고도 경고했죠.

인스타그램 사진 관련 파문이 커지면서 카리나는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이날 "마이(팬덤명) 걱정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며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계속 오해가 커지고 마이가 많이 걱정해서 직접 얘기해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저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행동하겠다. 다시 한번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요.

비슷한 시각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도 공식 입장을 내고 "카리나는 일상적인 내용을 SNS에 게시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후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다.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사 또한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하겠다"며 "더 이상 아티스트의 뜻이 왜곡되어 특정 의도로 소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죠.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정당 지지층 간의 비난이나 응원뿐 아니라 "해명이 사실이라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걸 증명한 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인데요. 일상 속 콘텐츠마저 정치의 상징으로 읽히는 지금, 연예인도 더는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한 래퍼 데프콘이 투표 인증 사진을 남겼다. (출처=데프콘 인스타그램)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한 래퍼 데프콘이 투표 인증 사진을 남겼다. (출처=데프콘 인스타그램)

표현만 문제?…'침묵'에도 비판 쏟아지는 요즘

실로 연예인의 말과 행동은 이제는 '정치와 동떨어진 일상'으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런데요. 이번 카리나의 사례처럼 단순한 패션과 이모티콘조차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는 시대, 연예인에게 표현의 자유보다 침묵더 안전한 선택처럼 여겨지는 것도 괜한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연예계는 오랫동안 정치적 표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팬덤의 분열, 브랜드 이미지 타격,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등 표현 하나가 '리스크'로 돌아오는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정치는 건들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연예계에서 일종의 생존 전략처럼 자리잡아왔는데요. 특히 팬들의 민심을 다스려야 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침묵조차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충격을 자아낸 지난해 12월, 가수 임영웅은 생일을 맞은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돌연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대뜸 한 네티즌이 임영웅에게 "이 시국에 뭐하냐"면서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고 지적한 겁니다. 이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변했는데요. 이 네티즌이 대화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경솔한 처신이라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고, 임영웅은 같은 달 열린 콘서트에서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죠.

주목할 점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선택마저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는 겁니다. 침묵은 해석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방패였지만, 그 자체가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는 시대가 된 거죠.

이는 정치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생긴 사회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먼저 SNS를 중심으로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쉽게 발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치인 역시 콘텐츠처럼 소비되며 '팬덤 정치' 구조가 고착화됐죠. 여기에 젠더, 환경, 인권 등 생활 밀접 이슈들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상의 선택이나 발언 하나도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기 쉬워졌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표현과 침묵 모두가 해석의 대상이 되면서, 정치적 대립은 더욱 일상화된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팬덤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스타라면 정의로운 선택을 할 것'이라는 투영 심리는,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실망과 분노로 바뀌기 쉽습니다. 결국 연예인은 말해도, 말하지 않아도 '정치적'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달까요.

▲(출처=이수정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가수 JK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이수정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가수 JK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처)

거리 두는 연예인·해석하는 대중·말 얹는 정치권…'정치 대립의 일상화'가 남긴 과제

연예인에게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중립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연예인 역시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권리가 있고, 그 자유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죠. 표현했다는 이유로, 또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인을 찍는 문화는 결국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감수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연예계에서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정치 콘텐츠가 넘쳐나고, 정치권은 실제로 연예인과 이들의 발언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전례도 많다는 사실을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예인의 발언과 SNS 게시물을 선거 국면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로 포장해 공유하고, 이를 대중의 해석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에서 일부 대중이 셀럽의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전혀 근거 없는 과민 반응으로 치부하긴 어렵습니다.

정치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지금, 연예인의 콘텐츠는 의도를 떠나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가공됩니다. 누군가의 표현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영향력만큼 책임감도 따른다는 점 역시 인지해야 하는데요. 동시에 그 표현을 정치적 틀에 끼워 맞춰 해석하는 일을 경계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누구에게도 과한 짐이 되지 않는 건강한 해석과 수용의 문화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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