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악의 없는 실수도 있고,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문화적 오해도 존재한다. 하지만 반복된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실수나 오지랖이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2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7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18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공원에서 정자에 누워있는 10대 여학생의 신체 중요부위를 우산으로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무심코 아이의 하체 부위를 친 것에 불과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벌어지는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한 중년 남성은 동네 어귀에서 학생들만 보면 나이를 묻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가 보호자들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어린 알바생이 대견하다며 격려차 머리를 쓰다듬은 할아버지가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사례도 있다.
“자기 살 좀 붙었네”라며 굳이 뱃살을 만진 동네 아주머니도 강제추행으로 입건됐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며 “좋은 의도였다”며 “옛날엔 그러지 않았었는데 세상이 팍팍해졌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린 여자아이들만 보면 예쁘다며 안아주던 할아버지도 수차례에 반복된 행위로 쇠고랑을 차게 됐다. 이런 일까지 처벌하냐며 목에 핏대를 세웠고, CCTV에 고스란히 드러나도 “조작”이라고 항변했다.
성별이 어떻든 그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강제추행이다. 상대가 불쾌하고 불안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명백한 불쾌한 간섭이자 위법행위가 된다.
한 남성은 카페에서 알바생에게 “애인 있냐” “왜 이렇게 늦게 다니냐”며 말을 걸고, 계산하는 척 손을 잡았다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강제추행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정겨운 인사였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폐와 범죄는 그 경계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나의 기준에서 호의일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상대는 다를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인 행위, 타인의 경고를 무시한 접촉, ‘예전엔 괜찮았다’는 말로 피해를 덮으려는 시도는 법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한 할머니는 인도에 놓인 빈 화분을 보고 버린 것으로 생각해 주워왔다가 절도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일로 재판에 가냐며 울분을 토했지만, 알고 보니 할머니는 새벽마다 상가 앞에 놓인 꽃이나 화분을 가져오는 등 수차례 절도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보라 변호사는 “법은 최소한의 윤리이며,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라는 사회적 합의의 가장 낮은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리는 상황마다 다를 수 있지만, 법은 그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분명히 제동을 건다”며 “세상이 팍팍해진 것이 아니다. 이제야 최소한의 존중을 요구받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