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는데, 또 귀여워"…요즘 젠지가 꽂힌 인형 '3대장' [솔드아웃]

입력 2025-05-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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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얘 왜 이렇게 못생겼어?

그런데 보다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한 번 봐도 잊을 수 없는 얼굴. 묘하게 계속 떠오르는 매력과 하나 사면 하나 더 사고 싶은 욕심까지… 요즘 Z세대 사이 '힙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들의 공통점입니다.

덥수룩한 헤어 스타일의 몬치치(Monchhichi), 사람 이를 달고 있어 괴이한 첫인상의 퍼글러(FUGGLER), 핫한 스타들의 간택을 받은 라부부(Labubu)까지, 지금 가장 핫한 이 인형들은 지금 '귀엽다'는 말의 기준을 바꾸는 중인데요. 헬로키티나 치이카와 등 대중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와 매력을 자랑합니다.

예쁘고 말랑말랑한 인형만이 사랑받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못생겨도 귀여운, 아니 못생겼기에 더 귀여운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희한한 생김새가 매력으로 통하는 시대. Z세대는 이 낯선 매력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죠.

▲(출처=퍼글러 코리아, 몬치치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퍼글러 코리아, 몬치치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돌아온 몬치치→괴랄한 퍼글러…"이게 진짜 유행이라고요?"

부숭부숭한 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몬치치, 사실 최근 등장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몬치치는 1974년생입니다. 일본의 완구 회사 세키구치에서 출시된 인형인데요. 당시 값싼 해외 인형이 쏟아지며 위기를 맞은 세키구치가 몬치치를 개발하며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몬치치라는 이름은 '나의'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 단어 '몽(mon)'과 아기가 손이나 젖병을 빨 때 나는 소리인 '츄츄'를 결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손가락을 빠는 모습이 시그니처 포즈인데요. 아기의 본능적인 행동을 형상화해 보호 본능을 자극하죠.

몬치치는 원숭이를 닮긴 했으나, 특정 동물을 모델로 한 건 아닙니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몬치치는 사람들에게 온기와 사랑을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 담긴, 상상 속의 존재인데요. 따뜻한 이미지에 힘입어 일본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 수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까지 제작될 정도의 인기였죠.

인기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1990년대 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1996년 재발매됐는데요. 이후엔 다양한 시리즈새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눈길을 끌었죠. 치무탄, 베비 치치처럼요. 크리스마스, 핼러윈에는 특별한 몬치치도 출시했고요. 헬로키티나 몬스터헌터 등 유명 캐릭터들과 컬래버레이션 하면서 Z세대의 눈길도 사로잡았습니다. 힙하다는 카페, 편집숍에서도 감성 소품으로 자주 활용되는데요. 이제는 세대를 아우르는 레트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몬치치가 못생겼다는 말은 퍼글러를 보면 쏙 들어갈 겁니다. 퍼글러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생김새를 지닌 인형인데요. 실제 사람의 이를 떼어다가(?) 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큼 리얼한 이빨, 툭 튀어나온 눈알, 북슬북슬한 털이 인상적이죠.

2010년 영국의 루이즈 맥게트릭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다가 이베이에서 가짜 치아를 발견합니다. 이걸 곰 인형에 붙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직접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퍼글러입니다.

글로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엣시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올린 제품들은 독특한 외모, 유머러스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2018년에는 캐나다의 완구회사 스핀 마스터가 퍼글러 브랜드를 사들였는데요. 2021년에는 영국의 완구회사 애도 플레이가 스핀 마스터와 협력, 퍼글러를 제작 및 유통하게 됐죠. 이로써 퍼글러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지난해 단독 입점했죠.

퍼글러는 시즌·시리즈별로 한정 출시됩니다. 일반 판매 제품과 달리 소량만 제작되는 탓에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 어려워지는데요. 특히 스폰지밥 2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스펀지밥, 뚱이가 퍼글러 버전으로 탄생돼 경악을(?) 자아냈습니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도 공식 출시됐는데요. 일부 제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센트럴씨, 블랙핑크 리사, 로제. (출처=센트럴씨, 유튜브 채널 'Vanity Fair', 리사 인스타그램 캡처)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센트럴씨, 블랙핑크 리사, 로제. (출처=센트럴씨, 유튜브 채널 'Vanity Fair', 리사 인스타그램 캡처)

라부부는 어떻게 힙해졌나

전 세계 젠지의 선택을 받은 캐릭터도 있습니다. 홍콩 작가 카싱 룽이 2015년 선보인 라부부입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라부부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뾰족한 이빨, 무서운 듯 귀여운 생김새가 특징인데요. 외모와는 상반된 착한 마음씨, 남을 항상 돕고 싶어하는 인품을 지녔죠. 다만 뜻하지 않은 정반대의 결과를 안을 때도 있다고 하네요.

라부부는 2019년 중국 최대 규모 아트토이 제작·유통사인 팝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세계적인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SNS 인증샷이 화제가 되면서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현지 젊은 세대의 트렌디한 액세서리로도 자리잡았죠.

이에 힘입어 라부부는 지난해 미국, 유럽 등에서도 젠지와 컬렉터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래퍼 센트럴씨부터 리한나, 두아 리파, 엠마 로버츠 등 글로벌 스타들이 가방에 라부부 인형이나 키링을 패션 아이템처럼 착용한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됩니다. 지난해 라부부 인형은 팝마트 전체 매출인 130억4000만 위안(약 2조 5330억 원) 가운데 30억 위안(약 5830억 원)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는데요. 팝마트의 중국 외 지역 매출은 지난해 375.2% 급증한 50억7000만 위안(약 985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씨티그룹 조사에 따르면 팝마트의 미국 내 매출은 지난해 895~90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팝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90% 급등한 223.2홍콩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죠.

라부부의 인기는 독특한 외형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랜덤 박스로 판매되는 탓에 박스를 개봉하기 전까진 어떤 디자인의 피규어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죠. 시리즈마다 차이는 있지만 6~12종의 일반 캐릭터와 1종의 시크릿 캐릭터가 포함돼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박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요. 시크릿 캐릭터의 희소성은 수집욕을 강하게 부채질합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가챠숍에서 한 고객이 가챠(캡슐 토이)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가챠숍에서 한 고객이 가챠(캡슐 토이)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원픽 나올 때까지 산다"…'랜덤깡'으로 구매 욕구 부채질

Z세대 사이 못생긴 외모, 괴랄한 매력은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되레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통할 수도 있는데요. 라부부, 몬치치, 퍼글러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독특한 세계관과 감성을 담은 콘텐츠로 소비되는 셈이죠.

이들 캐릭터의 또 다른 공통점은 랜덤성희소성입니다. 특히 팝마트를 중심으로 확산한 블라인드 박스 시스템은 개봉의 설렘, 수집욕, 희소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췄죠. 운에 따라 첫 박스에서 바로 '원픽'을 뽑을 수도 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만날 수도 있는 구조. 이 랜덤성 자체가 놀이이자 소비 경험이 되는 셈입니다. 이는 젊은이들 사이 가챠(캡슐 토이)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죠.

이런 흐름은 SNS 문화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의 리액션, 결과를 공유하는 인증샷은 '랜덤깡', '가챠깡' 같은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일종의 문화로 탄생했죠. 피드를 채우는 독특한 생김새와 감성은 또 다른 누군가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이는 곧 커뮤니티 중심의 소비 문화로 이어집니다.

이 인형들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취향의 확장이자 놀이이며, 오늘날 Z세대가 연결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결국 귀여움도, 소비도, 나를 표현하는 방식도 이제는 '내가 좋으면 그만'인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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