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HVDC 반대로 손실 6~7000억 원 추정
“전략수요분산, 지역상생협력방안 대책 시급”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국가에너지 손실과 전력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전력망을 적기 확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해 국민 인식전환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서울 중구 상의회관 중회의실A에서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AI 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해 일반 가정과 산업시설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설비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재생에너지발전설비가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전력망이 적기에 확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는 이미 글로벌 전력망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22년 대비 2030년에는 1.6배, 2050년에는 2.7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전력망 규칙을 대폭 개정하고, 일본도 ‘2050 국가그리드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전력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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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운반할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발전을 못하는 전력이 동해안 지역은 최대 7기가와트(GW), 서해안 지역은 최대 3.2GW에 이르고 있다. 전체 10.2GW에 달하는 국가적 에너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 서울시의 최대 전력수요와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에 필요한 핵심요소는 ‘안정적 전력공급’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력공급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돼있으므로 전력망 건설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은 “약 6년간의 협의 끝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주변 79개 마을에 대한 주민동의 절차를 100% 완료했으나, 아직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력설비 건설을 위한 인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아 한전 직원들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국가전력망확충은 이제 전력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발전과 산업 경쟁력 문제”라며 “전력망 건설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줄이고 강건한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전력망 부족으로 발전설비가 가동되지 못해 민간발전사들이 연간 6~7000억 원씩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라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민간발전사들은 전력망에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적기 확충과 더불어 전력직접판매(PPA), 분산특구 등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안도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망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지자체 비협조와 주민 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력망특별법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는 전력망 건설에 신속하게 협조한 토지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