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과 재정건전성 우려가 겹치면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약세 흐름이 뚜렷해지며,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2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하게 마감되며 발행금리가 5.047%로 급등했다”며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 약화와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 약세와 장기 금리 상승을 동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를 상회하며 상승했고, 30년물은 5% 선을 넘어섰다. 이는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이후 첫 장기물 입찰로, 시장은 재정 리스크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국내 국고채 금리는 전일 장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외국인의 10년 선물 순매도 확대와 미 금리의 추가 상승 영향으로 장기물 중심 약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차이가 확대되는 ‘커브 스티프닝’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단기금리는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장기금리가 상승할 때 나타나는 수익률 곡선 변화를 말한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리스크나 장기 물가 우려가 부각될 때 흔히 발생한다.
한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달러 약세 유도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 더불어,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약화가 달러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NDF 달러/원 1개월물은 1372원으로 0.8원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미국-이란 핵협상 재개와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했다. 반면 금 가격은 미 국채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하락과 중동 리스크 부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유입되며 상승 마감했다.
김 연구원은 “다음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외국인 수급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국내 채권시장도 미국 장기금리의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