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관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낭을 거쳐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경로다. 담관에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담관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되는 환자가 다수다. 담관암은 항암치료 효과가 낮고, 예후도 좋지 않아 진단 당시 최선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가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에서는 28만2047건의 암이 새롭게 발생했는데, 그 중 담낭·담도(담관)암은 남녀를 합쳐 7848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담낭암은 2843건, 기타 담도암은 5005건이었다. 담낭·담도암은 전체 암 발생의 2.8%로 9위를 차지했다.
김효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22년 해외 보고에 따르면 담관암, 담낭암, 십이지장 유두부암을 포함한 담도계암의 발생률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라며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과 국가 암 등록 사업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수치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국내 보고에서도 담관암 환자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선 의료진 역시 그 증가세를 체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담관은 간 내부에서 혈관처럼 여러 방향으로 퍼져 있다가 하나로 합쳐져 간 바깥으로 나오는 구조다. 이 때문에 암의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 담관암과 간외 담관암으로 나뉜다. 간내 담관암은 간이라는 장기 안에 숨어 있어 초기에는 종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통증도 없다. 종양이 상당히 커져 간 밖으로 돌출되거나 간의 넓은 부위를 침범하면 통증이나 간 기능 이상이 혈액검사로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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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외 담관암 역시 간 외부의 담관이 완전히 막혀 담즙 배출이 차단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신체 변화나 자각 증상이 없다.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 검사에 이르게 되는 시점에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짙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이유 없는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간내 담관암은 종양의 크기가 1cm 이상일 경우 초음파 검사로 발견될 수 있지만, 국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간외 담관암은 상황이 다르다. 초음파 검사는 간외 담관의 극히 일부만 관찰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 조기 진단이 어렵다. 담관 벽은 두께가 1mm 이내로 매우 얇아 암이 발생해 벽이 두꺼워지더라도 그 변화가 미미해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정밀 영상검사로도 초기 단계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 담관암은 담관 벽을 따라 서서히 자라며, 내강을 향한 증식이 더디게 진행돼 환자가 병원을 찾는 시점에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담관암 진단에 특이적인 혈액검사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췌장암 표지자로 알려진 CA 19-9가 담관암에서도 사용되지만, 이는 비특이적인 지표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다. 특히 염증성 담도 질환에서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담관암에 특화된 효과적인 혈액 표지자는 없다.
담관암 환자 가운데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담관이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물들과 밀접해 있고, 특히 담관암에서 가장 빈번한 간문부 담관암은 간문맥, 간동맥, 간조직 등 주요 혈관과 기관이 집중되어 있어 수술의 난도가 높다. 담관 벽을 따라 서서히 퍼지는 담관암의 특성상 병변보다 실제 침범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완전 절제 비율도 낮다. 수술 전후의 평가와 치료, 예후 관리를 위해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먼저 항암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시행된다. 담관 폐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담도염을 예방하고, 담즙 배출을 원활하게 하도록 스텐트 삽입 등의 처치를 병행하게 된다. 이는 환자의 일상생활 유지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치료다.
담관암을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위험 요인을 줄이면 발병 우려를 낮출 수 있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으로, 이는 민물고기를 날 것으로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간흡충은 담관에 기생하면서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담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민물 회를 즐기는 문화가 일부 지역에 여전히 남아 있어, 간흡충 감염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라며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는 식습관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석증 및 담관 담석, 만성 간염 등 담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고, 만성 염증 환자에서는 간 기능 혈액검사 및 복부 초음파, CT 영상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