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 작가와 협업해 설치 작품, 반포 스페이스 이수서 전시

폐기된 군용 낙하산이 조명 오브제로, 의료복은 신소재 섬유로, 불량 에어백은 자켓으로 다시 태어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가 전개하는 ‘래코드’는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 전시장에서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한 전시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 COLLECTIVE: MATERIALS)’를 선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전쟁, 재난, 감염병 등 위기 대응을 위해 개발된 고기능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한 뒤에도 여전히 쓸모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2012년 론칭한 래코드는 코오롱FnC가 보유한 3년차 의류 재고를 해체한 뒤 업사이클링한 의류, 가방,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래코드는 패션업계에서 고민거리인 의류 재고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전시는 대한민국 육군과 공군과 협업해 수거한 군용 텐트 및 낙하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공급받은 불량 에어백, 고려대 의료원과 협업해 회수한 폐의료복,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 등 총 4가지 산업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전시 공간 곳곳에는 군용 텐트, 낙하산, 에어백, 의료복, 고강도 섬유 헤라크론 등 고기능 폐 소재들을 래코드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 한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 오브제, 의류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용 야전 텐트와 바지, 에어백을 활용해 만든 토트백부터 정원 작업 시 입을 수 있는 바지까지 종류도 다양했는데, 업사이클링 제품은 별로이지 않을까 싶은 편견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과감히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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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와 낙하산 원단의 거친 환경을 견디는 조직감과 공기와 중력에 반응하는 유연한 특성을 살려 조명 오브제와 의류로 재해석했다. 에어백 소재로는 시각적 팽창과 수축을 형상화한 전시 구조물이 설치됐고, 동일한 원단으로 제작한 빈백 소파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앉고 만지는’ 경험도 할 수 있게 했다. 병원에서 쓰인 폐의료복은 폴리에스터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아티스트 오상민 작가와의 협업작 ‘소일 투 쏘울(SOIL TO SOUL)’도 주목할 만하다. 방탄복, 타이어코드 등 산업용으로 활용되는 고강도 섬유 ‘헤라크론’의 물성과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3D 니팅 기법으로 표현된 거대한 설치물이다. 작가는 이를 ‘버섯 균사’의 유기적 퍼짐과 연결지으며, 기술 소재가 자연의 순환과 이어질 수 있다는 상징을 담았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래코드의 업사이클링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관람객은 ‘리테이블 DIY 워크숍’을 전시에 사용된 소재의 일부를 활용해 키링을 직접 제작하며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 한 후에도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래코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스페이스 이수에서 15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