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손해보험사가 올해 1분기 우울한 경영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순이익 '2조 원 선'은 겨우 지켰지만 수익성을 압박하는 겹악재의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손보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조3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조5434억 원)보다 20.0% 감소했다.
보험 손익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졌고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주사제 청구가 크게 늘었다"며 "화재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도 많아지면서 보험 손익이 전체적으로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별로 삼성화재 순이익이 6090억 원으로 업계 선두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3.2% 감소했다. 대형 재해 등으로 인한 보험금 예실차 축소 영향으로 보험 손익이 6.0% 감소한 4194억 원을 기록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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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은 보유계약 갱신율 개선과 직판 채널 성장 지속을 통해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인 보험 수익(총수익) 1조3772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보험 손익은 사고율 감소와 사업비율 개선에도 연속된 요율 인하 영향 누적과 강설 발생에 따른 건당 손해액 상승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9% 감소한 299억 원을 기록했다.
일반 보험은 국내외 사업 매출의 동반성장으로 1분기 보험 수익이 4099억 원을 나타냈으나 고액사고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 손익은 496억 원에 불과했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컨퍼런스콜에서 "과감한 혁신과 역량 집중을 통해 본업 경쟁력의 격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안정적 미래 수익 기반 확보 및 균형과 가치 있는 성장을 이루어 주주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462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8% 감소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사장은 보험 손익 역성장에 대해 "4월 무·저해지 상품 절판 마케팅에 참여하지 않았고 역마진 구조의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주요 상품은 가격 인상이 없거나 오히려 인하돼 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도 절판을 유도할 만한 요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 손익은 1년 전 대비 29.3% 증가한 2621억 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분기 자산운용 투자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p) 상승한 4.1%로 집계됐다.
DB손보의 1분기 순이익은 4470억 원으로 23.4% 줄었다. 보험 손익은 4027억 원으로 28.5% 감소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의 장기위험손해율 상승과 일회성 비용 확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45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4% 줄었다. 보험료 인하에 따른 경과보험료가 줄어들어 손해율이 2.9%p 상승한 탓이다. 일반보험에서는 로스앤젤레스(LA) 산불 등 영향으로 손해율이 전년 대비 10.1%p 증가하며 3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투자 손익은 운용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 및 배당수익 확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한 2440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은 2032억 원으로 57.4% 감소했다. 특히 장기보험 손익은 114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4.2% 급감했다. 지난해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감소 폭은 32.0%로 줄어든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독감 재유행 등 유행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손해액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157억 원으로 63.0% 줄었다. 보험료 인하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진료·정비수가 인상 등 원가 요인이 반영되면서 손해율이 악화한 영향이다.
일반보험 부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손익은 4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고액 사고 발생이 없어 전반적인 수익성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 손익은 10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투자 영업이익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금리 및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률 조정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KB손보는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순이익이 늘었다. 전년 동기(2898억 원)보다 8.2% 증가한 3135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투자 손익이 16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1.2%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보험 손익은 2631억 원으로 28.6% 줄어들었다. 장기보험은 2576억 원으로 24.8%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은 37억 원으로 74.7% 크게 줄어들었다. 일반보험은 18억 원으로 83.8% 감소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대체자산 투자 확대와 채권 교체매매를 통해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상생 금융 일환의 보험료 인하와 폭설로 인한 손해액 증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