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배당성장·초단기채권 집매

미국 주식시장이 관세 충격을 회복하는 상황에서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도 베팅을 계속하고 있다. 그간 집중한 레버리지 투자를 줄이고 안전자산을 섞는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49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가량 더 많다. 월별로는 △1월 1137억 달러 △2월 1029억 달러 △3월 965억 달러 △4월 1048억 달러 등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는 연초 미국 증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것과 달리 최근 빅테크 종목과 배당, 초단기채권 상품을 공략했다. 이들은 이달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SOXL)를 3648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ICE반도체지수 일일 등락률을 3배로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를 1억1623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SOXL와 TQQQ를 8억2625만 달러, 3억3940만 달러씩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1위, 3위에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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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알파벳(8757만 달러·순매수 1위), 애플(8187만 달러·2위) 등 기술주와 ‘슈드(SCHD)’라 불리는 배당성장형 ETF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 ETF(5068만 달러·3위) 등은 대거 샀다. 미국 초단기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1~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도 3307만 달러어치 쇼핑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완화로 미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경계하며 공격적 투자를 뒤로 하고 위험성을 조절하고 있다. 증권가 역시 미국발(發) 관세 국면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12일 미·중 관세 합의는 일시적 유예 차원에서 이뤄져 후속 협상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전방위적 10% 보편관세를 고집하고 있고 중국에는 펜타닐 통제 미흡을 이유로 20% 추가 관세도 유지했다”며 “이번 미·중 합의를 과도한 낙관보다 조건부 완화로 인식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관세 피해 종목 반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관세 영향이 적은 종목이 주도주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