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 부르는 ‘집단사고’에 빠진 엘리트

입력 2025-05-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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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미래학회 부회장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든 국가이다.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 정점을 지나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적인 동력 상실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우리는 상식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그 의사결정이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통령과 측근들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되었다.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비상계엄은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끝났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상식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동질성 높을수록 집단사고 위험성 커

최고 의사결정자가 의사결정을 몰아붙일 경우 집단 내의 특정 의견이 비판 없이 주류를 형성하고 다른 시각이 간과되는 집단사고의 위험을 보여준다.

국민적 상식의 눈으로 볼 때 이상한 의사결정이 최고의 엘리트 집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단사고(Groupthink)’는 특정 집단 내에서 합의에 대한 압력이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고, 비합리적이거나 비효율적인 결정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집단사고는 개인의 합리성, 상식적 의심을 마비시키고 집단의 오판을 초래하게 된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일치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자칫 비판적인 목소리가 숨어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단사고라는 개념은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1972년에 제시하였으며, 사례로 든 것이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이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망명 쿠바인들을 이용한 침공 작전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이 작전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초기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위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을 했지만,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은 집단 내의 강한 응집성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작전 성공을 과도하게 확신하였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비판을 삼갔고, 계획의 단점보다는 장점만을 부각시켰다. 이 사건은 집단사고가 어떻게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모든 집단이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집단사고의 위험은 집단의 동질성이 높을수록, 집단이 접하는 정보가 한정될수록,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될수록 높아진다. 이와 같은 위험성은 행정부는 물론 각종 관료 조직, 엘리트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 왜 지금 이 시점에 집단사고의 위험이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고조라는 상황도 있지만, 이는 집단사고를 촉발한 계기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 갖춘 인재 적극 영입해야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엘리트 사회의 기득권화와 동질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정형화된 형식의 시험이라는 능력주의 인재 선발 및 육성 시스템은 공정해 보였지만, 특정 학벌, 지역, 직업군(법조계, 관료, 특정 대학 출신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카르텔 혹은 네트워크의 공고화로 이어졌다.

유사한 교육 배경, 비슷한 사회 경험, 동일한 성공 경로를 거친 사람들이 주요 의사결정 기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엘리트 사회의 집단사고 위험성을 극복하고 국가적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엘리트 집단 내부에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배경과 견해로 어우러질 때일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이제 다양성이 곧 국력인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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