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비판은 옳았다?…이번에도 연준 ‘늑장 대응’ 우려

입력 2025-05-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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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리 동결 파월 ‘미스터 투 레이트’ 비아냥
연준, 늦은 대처 오랜 역사
전문가들 “매번 경기침체 후에야 움직여”
트럼프 관세정책에 연준 여지 훨씬 좁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겨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에 매번 늦는 남자)’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체로 파월 의장을 옹호해왔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과거 연준의 실수를 파월 의장이 다시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사실 연준 역대 의장들이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 결정에서 너무 신중하거나 늦장 대응을 하다 결국 경기침체를 초래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1970년대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조짐에 금리를 낮게 유지하다 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은 닷컴 버블 붕괴에 늦장 대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벤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제 가능하다’고 안이하게 본 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파월 의장이 직면한 현 상황, 즉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 역시 또 다른 ‘투 레이트(Too Late)’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댄 노스 알리안츠트레이드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대 이후 연준은 항상 늦었다”며 “실수를 피하기 위해 기다리다 결국 타이밍을 놓쳤고 그사이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와 물가 모두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연준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더욱 좁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경제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FOMC 회의 다음 날인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스터 투 레이트 제롬 파월은 바보(Fool)”라며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실제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적어도 3월 기준으로는 맞는다고 CNBC는 전했다. 당시 지수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최근 도입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세다. 뉴욕증시 S&P500 기업 중 약 90%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관세 우려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글로벌 정책 총괄은 “파월이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인 ‘지금은 기다려도 큰 비용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결국 후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러면서 “‘정확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는 파월의 두 번째 설명이 현 상황을 가리키는 더 타당한 이유”라고 짚었다.

파월 의장은 이미 한 차례 ‘투 레이트’ 논란을 겪었다. 2021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당시 그는 이를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판단해 금리 인상을 미뤘고 이후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아직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경제 자문이었던 조지프 라보르그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둔화를 보여야만 금리를 인하하려 한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과거 사례에 매몰돼 상황 판단을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CNBC는 “월가 속담 중 ‘노동시장은 침체가 와야 반응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침체는 고용지표가 하락하기 전에 이미 시작된 상태”라며 “이 점에서 연준이 고용지표에만 의존한다면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우려”라고 거듭 강조했다.

라보르그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도 연준은 놓칠 것”이라며 “트럼프의 관세가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책 결정이 너무 조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연준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될 시점은 바로 그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유지될지는 여전히 많은 변수에 쌓여있다. 관세 영향, 소비자심리, 고용지표, 글로벌 수요 등 다양한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중앙은행은 대체로 ‘확실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쳐왔고,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CNBC는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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