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지만 20여 분 만에 결렬됐다. 양 측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이날 김 후보 쪽 김재원 비서실장과 한 후보 쪽 손영택 비서실장은 이양수 당 사무총장 주재로 밤 8시 30분께 국회에서 만나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여론조사 3000명 이상 대상을 두는 점엔 양측이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충돌했다. 김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일반 여론조사를 주장한 반면, 한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다. 역선택방지조항은 경쟁 정당의 지지자들이 경선여론조사에 참여해 본선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고의로 선택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이 장치가 적용되면 여론조사 대상이 지지층과 무당층에 국한된다. 이 문제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다 협상은 결국 20여 분 만에 파행된 것으로 보인다.
협상장을 빠져나온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아무런 방식을 따지지 않겠다고 해서 오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며 "예컨대 우리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고, 한 후보는 무소속이다. 단일화하려면 정당 당원이나 지지자 여부 물어서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정당 지지 여부를 묻지 말고 구성하자고 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한다. 그럼 뭘 일임한 건가.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였다"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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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무소속이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라며 "(역선택 방지조항이 빠진 여론조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 방법이다.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맞섰다.
김 비서실장은 단일화 방식을 당에 일임하겠다던 한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우리 당에 일임했다고 믿기에 발언권이 없다고 본다. 협상 당사자로 온다는 거 우습다고 생각한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협의하지 않겠다고 언성까지 높였다. 심지어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협상 태도 자체가 요지부동인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당에 대해서도 "(당은) 한 후보자가 단일화 방식 절차 일임했는데 여기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한 후보 측이 말하는 내용만 보고 있다. 한 후보 측이 당에 일임했다면 당 지도부에서 저와 협상해달라"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 후보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저희가 분개하지 않겠나"라며 "캠프 사무실에서 대기하겠다. 연락이 온다면 다시 올 수 있지만 한 후보 측이 말도 안 되는 주장하면서 정당에서 선출된 후보를 모욕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김 후보 캠프 측은 공지를 통해 "한 후보는 전 국민을 상대로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해 왔다"면서 "정작 협상에 임할 때는 자신들의 협상안 하나만을 들고나와 이를 고집하는 거짓된 태도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았다.
양 측은 밤 10시 30분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