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전 세계에 전한 첫 강복 메시지는?

입력 2025-05-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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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도시와 세계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도시와 세계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Pope Leo XIV)’가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 세계에 전한 첫 강복은 ‘평화’였다.

교황직에 선출된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은 순간, 그는 이탈리아어로 “La pace sia con tutti voi(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라는 짧지만 울림 있는 인사로 즉위 후 첫 공식 메시지를 시작했다.

이번 강복 메시지는 전통적인 라틴어 표현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라틴어를 차례로 사용해 다양한 민족과 지역에 축복을 전했다.

그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가 전 세계 민족과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며 “그 평화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이자,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으며, 악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복 중에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깊은 존경도 담겼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와 전 세계에 전하던 그 부활절 아침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제 내가 그 축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추기경단과 교회 공동체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했던 그들이 나를 이 자리에 세웠다”고 말했다.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2024년 미국 일리노이주 뉴레녹스의 성 유다 성당(St. Jude Parish)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2024년 미국 일리노이주 뉴레녹스의 성 유다 성당(St. Jude Parish)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전통 복장인 진홍색 모제타를 착용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략했던 의전이자, 일부에서는 ‘전통 회귀’의 신호로 해석되는 상징적 선택이다. 그러나 메시지 자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비와 평화의 교회’ 정신을 잇겠다는 연속성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다리를 놓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며 “언제나 자비와 대화를 추구하며,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레오 14세는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며, 우리는 두려움 없이 손을 맞잡고 하나가 되어 나아가야 한다”며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의 연결을 강조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는 “나의 사랑하는 페루 치클라요 교구에 인사를 전한다”고 밝혀 과거 사목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기도문으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은총을 청합시다”라고 말한 뒤, 전통적인 성모송(Hail Mary)을 라틴어로 읽었다.

한편,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이날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며 ‘레오 14세’라는 즉위명을 택했다.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 넘게 페루의 빈민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남미에서의 삶을 이어왔다. 2015년엔 페루 국적을 취득했고, 교회 개혁 실무를 총괄하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아 프란치스코 교황과 뜻을 함께해왔다.

하지만 정치적·신학적으로는 중도적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보수와 개혁 사이를 잇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레오 14세 첫 강복 메시지 전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인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처음 건넨 말씀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인사를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이들의 마음에 전해지길 원합니다. 어디에 계시든, 어느 민족이든, 온 세상에 이 평화가 닿기를 기도합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가족, 모든 민족에게 전해지기를.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이자 무기를 내려놓는 동시에 무기를 내리게 만드는 평화이며,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평화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귀에는 여전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지만 용기 있던 목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그분이 부활절 아침, 로마와 전 세계에 전한 축복의 울림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축복을 이어가도록 해주십시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악은 결코 승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두려움 없이 함께 나아갑시다. 하느님과 손을 맞잡고, 서로와 손을 맞잡고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보다 앞서 걸어가십니다. 세상은 그분의 빛이 필요합니다.

인류는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한 다리로 그리스도를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도 우리를, 그리고 서로를 돕고 대화와 만남을 통해 언제나 평화롭게 하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리를 건설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택한 형제 추기경 여러분께, 항상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복음의 기쁜 소식을 두려움 없이 전해오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라면,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나는 주교입니다”고 했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아들이자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일원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본향을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는 특별한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자비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항상 열린 교회,이 광장처럼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스페인어로도 인사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형제자매 여러분, 저와 함께 신앙을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를 만들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의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시노드적 교회, 즉 경청하고 나아가며, 항상 평화와 자비를 추구하고, 특히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기도드리는 날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사랑과 기도로 함께해주십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사명을 위해, 교회 전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마리아께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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