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형 신용카드 발급 증가 영향도
카드사 매몰비용 '골머리'

소비자가 발급 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휴면카드가 1600만 장을 넘어섰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가 발급한 신용카드 중 휴면카드는 총 1633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442만4000장) 대비 13.24% 늘어난 수치다. 하루 평균 약 5000장씩 휴면카드가 새로 생긴 셈이다.
휴면카드는 최종 이용일로부터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장기간 미사용으로 인한 부정사용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휴면카드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1분기 1442만 4000장 △2분기 1487만7000장 △3분기 1535만8000장 △4분기 1581만4000장으로 분기당 약 50만 장가량 늘고 있다.
휴면카드 증가의 주된 배경은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 2.2%로 올라선 이후 넉 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다. 고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PLCC 발급 증가가 꼽힌다. PLCC는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형 신용카드로 카드사와 기업이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특정 브랜드의 혜택이 제한적이거나 인기가 감소할 경우 사용이 줄고 자연스럽게 휴면카드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벤트용이나 일회성 발급이 많은 PLCC 특성상 연회비 부담만 남기고 장기간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휴면카드는 카드사에도 부담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발급, 관리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 발급 비용은 총 3097억6900만 원에 달했다. 이 중 휴면카드 비중을 10%로만 계산해도 매년 300억 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신규 고객 유입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휴면카드는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3월 기준 8개 카드사의 신규 개인 회원은 79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87만 명) 대비 8.4% 감소했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내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개편해 휴면카드를 통합 조회하고 해지나 재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 맞춤형 혜택을 확대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용 가능성이 낮은 고객에게는 카드를 권유하지 않는 등 휴면카드 방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휴면카드가 계속 늘어나면 관리 비용뿐 아니라 고객 정보 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자동해지 제도를 도입해 장기 미사용 카드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