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극우당 기세 올라…보호주의 온도차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미국의 트럼프 집권 2기를 크게 반겼다. 강경한 이민정책에 국익 우선이라는 이념도 비슷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자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극우정당들의 대응이 트럼프 찬반 지지로 크게 엇갈린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고평가된 달러의 약세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을 부활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발 ‘세계 경제 무역과 금융 리셋’이 그의 집권 동안 계속될 예정이기에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의 극우정당 대응 역시 점차 더 찬성·반대로 선명해질 듯하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너무 공격적이고 자기파괴적이다. 자유무역에 근본적으로 해를 끼친다(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공동대표).”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이해할 만하다.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종종 자유무역을 제한할 때가 있다(티노 크루팔라 독일대안당 공동대표).”
같은 정당의 공동대표가 관세전쟁에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독일대안당(AfD)에 자유무역 지지파와 반세계화파가 있고 이들은 트럼프의 정책을 두고 충돌했다. 알리스 바이델은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뱅커 경력자로 자유무역 지지파를 이끈다. 반면에 티노 크루팔라는 옛 동독의 노동자 출신으로 세계화에 희생된 이들을 대표한다.
일단은 두 공동대표가 이 정도 이견을 드러냈지만 독일경제가 더 악화할수록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경우 2023년 -0.3%에 이어 지난해에도 -0.2% 침체를 기록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당수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의 새 연립정부가 6일 두 차례 신임투표 끝에 간신히 출범했다. 신정부는 앞으로 5년간 1조 유로, 약 145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국방 및 인프라 투자 지출을 시행할 터이지만 관세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원래 대규모 지출로 올해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의 관세부과로 잘해야 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새 정부는 경제성장에 매진할 것이나 수출대국 독일은 지난해 대미 흑자가 714억 유로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교역상대국이 됐고 2017년 후 최대 흑자 규모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일 차의 미국 수입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2012년 그리스 경제위기 때 그리스 구제금융 제공에 강력 반대하며 창당한 AfD는 반이민, 반이슬람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얻어왔다. 지난 2·23 조기총선에서 독일대안당은 20.8%를 얻어 집권여당 사민당보다 4.4%포인트 앞서, 제2정당으로 등극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독일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서민 유권자들의 이익 대변을 외쳐온 AfD도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당내 이견을 봉합하고 연립정부의 대트럼프 정책을 공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 경제의 진작을 어렵게 하는 트럼프 정책을 언제까지나 두둔할 수 없다. 따라서 독일대안당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지속될수록 찬반 의견이 더 거세지고 갈등이 더 확대될 것이다.
지난 2월 이 칼럼에서 ‘이탈리아는 유럽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를 분석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형제당의 당수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마가(MAGA)와 이념·정책이 유사하다. 1월 20일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한 유일한 EU 회원국 지도자이다. 그는 또 관세전쟁 발발 후 지난달 17일 트럼프를 만난 최초의 유럽 지도자다. 두 사람은 ‘서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에 합의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를 존경하는 멜로니는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고 관세전쟁이 선포되자 ‘잘못된 정책’이라는 짤막한 발언만 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통상정책은 EU 회원국이 아니라 행정부 역할을 수행하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키를 잡고 각국 의견을 들어 협상을 우선시하지만 결렬 시 강력한 보복관세를 준비했다. 따라서 멜로니는 관세전쟁에 대해 트럼프에게 협상을 권고했을 뿐이다.
지난달 26일 바티칸에서 거행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때 멜로니는 트럼프에게 유럽 지도자들과의 비공식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곳에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원에서 약식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멜로니는 국내에서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또 다른 극우정당 북부동맹과도 친트럼프 경쟁을 벌여왔다. 마테오 살비니 북부동맹 당수이자 부총리는 최근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적극 옹호하며 독일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자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당수는 일관되게 보호무역을 지지해왔다.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국가개입 정도가 높고 보호무역을 지지해온 대표적 나라다. 르펜은 “슬기로운 보호무역을 실행해야 하고 브뤼셀이 행사 중인 무역정책을 되찾아야, 트럼프의 잔혹한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국이 통상정책 권한을 EU 기구 집행위원회에 넘겼는데 이를 다시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트럼프를 먼저 비판하기 전에 현 정부의 대트럼프 정책을 비판하고 EU를 더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에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칭찬에 여념이 없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아주 현명한 정책이며 EU로부터 더 큰 양보를 짜내기 위한 전술이라고 추켜세웠다.
오르반은 2010년부터 총리로 일하고 있는데 당시 선거에서 3분의 2를 얻은 후 자신이 총재로 있는 청년민주동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재획정해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친정부적 언론을 우대하며 사법부도 행정부가 통제 가능하게 만들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부러워할 만하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7월 8일 종료된다. 앞으로 유럽연합은 트럼프의 관세부과에 강경대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극우정당들의 대트럼프 정책도 찬성·반대로 더 분열할 듯하다. 대구대 교수(국제정치학)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