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성격 국토보유세 포기…감세 정책으로 선회
민간 투자 의존 높은 공약들, 실제 재정 부담 증가
전문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증세 논의 직면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 예산 규모가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재원 마련 계획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의 재원의 민간 의존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는 조세 지출 조정 등 외에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후보는 3년전엔 ‘증세’ 논란을 부르긴 했으나 국토부유세, 토지이익배당금제 등 증세적 성격의 재원 마련안을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잘사니즘’과 '먹사니즘'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와 관련해 증세를 언급할 시기가 찾아올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7일 본지가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21대 대선 공약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발표된 정책 공약의 전체 예산 규모는 248조3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가 낸 주요 공약들에서 정부가 지출해야 할 예산 규모는 △반도체·AI 투자 25조 원 △서해안·U형 에너지고속도로 20조 원 △아동수당 60조 △청년미래적금 60조 원(예상치) △지역화폐 확대 21조 원 △가상자산 제도화 5조 원 △4기 스마트신도시 40조 원(예상치) △군 복무 혜택 강화 7.5조 원 △지역균형 발전 9.87조 원 등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가 제시했던 공약 규모(300조 원)와 비교해 약 50조 원 가량 적은 수준이나, 이 후보가 재원 마련 수단으로 ‘조세지출 개편’을 언급한 만큼 최종 공약 예산 규모는 정부의 올해 전체 재량지출 규모(311조80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일까지 발표될 예정인 공약이 남은 상태고, 반도체·AI 투자와 4기 신도시 예산 등은 민간 투자 의존도가 높아 정부의 재정 부담을 과소평가 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GDP 성장률 3% 유지 △조세지출 30% 조정 △대규모 민간투자 유치 등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수출 감소와 제조업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증세 없이 이러한 공약을 실행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65%를 돌파할 위험성도 있다.
다만 이 후보는 3년 전과 달리 증세에 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이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을 주장했으나, 2025년 공약에서는 토지이익배당금(국토보유세)을 통한 기본소득 재원 조달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모습이다. 이 후보는 2월 24일 삼프로TV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토보유세 문제는 제가 보기에 무리한 것 같다.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인정했다. 그는 "구상에 불과했다. 반발만 받고 표는 떨어지고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는 과세구간별 0.1%~2.5%의 누진세 형태로 설계됐고, 이후 토지이익배당금제로 명칭이 변경된 후에는 0.3%~2.0%의 세율이 언급됐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0조 원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논란이 있긴 했으나 토지이익배당금(국토보유세)은 총 세수 측면에서 증세에 해당하며, 2017년 기준 종부세(1조6520억원) 대비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재원 마련 계획이었다.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각종 감세를 예고하며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솔직하게 증세(필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담대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두관 후보는 "기본사회와 먹사니즘을 해결하려면 상당히 많은 예산이 든다"며 "조세 정책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모순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명백히 부자감세를 기조로 하지만 민주당은 공정과세를 기초로 중산층 서민을 위해 일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후보는 오히려 상속세 감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회복을 통한 자연증수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증세는 경제 회복세를 위협할 수 있다"며 재정지출 조정과 조세지출 개편을 통한 재원 마련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 논의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이 후보가) 증세 논의로 가게 될 수 밖에 없고, 멀리 가지 않아도 3년 전에 벌써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주장한 바 있다”며 “지금은 선거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증세 관련 언급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