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티셔츠와 구호ㆍ불타는 가발 동원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신시내티 레즈 경기 응원석에는 51명의 ‘후리건스(HOO LEE GANS)’가 등장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선수의 팬클럽이다. 불타오르는 듯한 가발을 쓰고, 가슴에는 후리건스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달 1일 MLB닷컴에서도 다시 한번 조명된 후리건스는 이정후의 이름과 훌리건을 섞어 만든 팬클럽 이름이다. 십자말풀이를 풀다가 이름을 생각해낸, 이정후 팬클럽을 만든 야구팬 카일 스밀리는 “응원 구호도 있고, 다 같이 옷을 맞춰 입고 응원하는 팬들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흔하다. 나도 비슷한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밀리는 첫 단체 응원을 위해 직접 후리건스가 적힌 티셔츠를 맞춤 제작하고, 불꽃 모양의 가발을 준비해 이정후의 등 번호에 맞춰 51명으로 참석 인원을 맞췄다. 당일 경기 전광판에서 이들의 응원 모습이 자주 등장했고, TV 중계 화면에도 이들의 모습이 전해졌다. 이정후도 이날 경기에서 두 차례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며 화답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미국은 물론 한국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서 팬클럽의 확장 가능성을 봤다고 스밀리는 설명했다. 현재 스밀리는 후리건스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다른 팬들과 소통하면서 팬클럽을 확장하고 있다.
관련 뉴스
그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며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경기가 열린 9이닝 동안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고, 가발을 쓰고,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간판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이정후는 ‘스타성’을 갖춘 선수로도 평가받고 있다. 스밀리는 이정후 스타성의 배경으로 ‘KBO 스타일’을 꼽았다. 그는 “발이 빠르고, 눈에 보일 정도로 즐겁게 경기를 하면서 팀워크도 좋다”며 “무엇보다 KBO 스타일의 독특한 플레이를 하는데,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타나는 에너지의 중심에 이정후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첫 응원에서는 이정후의 등 번호를 기리기 위해 51명으로 인원을 구성했지만, 다음 오라클파크 경기 때는 인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후리건스 외에 ‘정후크루(Jung Hoo Crew)’ 팬클럽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스밀리는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 자이언츠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3-5로 패한 경기에서도 7경기 연속 안타 생산에 성공했다. 꾸준히 안타를 치며 활약을 이어가는 이정후에 미국 스포츠 채널 ESPN과 MLB닷컴 등도 주목하고 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19(116타수 37안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