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자사주 매입·소각 추가 발표
KB금융, 역대 최대 1206만주 소각
주주환원 강화에 투자심리 자극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자본시장에서 ‘큰손’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호실적과 함께 주주 환원 확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추진에 대한 기대감 확산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신한금융 보통주 19만1517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국민연금의 신한금융 지분율은 기존 8.60%(1월 기준)에서 8.64%(4350만9972주)로 0.04%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금융에 대한 매수세도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주식 52만9001주를 순매수해 지분율을 9.23%에서 9.41%로 0.18%p 확대했다. KB금융도 국민연금이 8.37%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경기 침체와 상생금융 압박 등 금융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융지주 지분을 줄여왔다. 국민연금은 2021년 말 8.78%였던 신한금융의 지분을 2022년 7.69%로 1년 만에 대폭 줄였고, 2023년에는 7.47%까지 축소했다. KB금융의 지분도 2021년 3월 말 9.93%에서 2022년 8.73%, 2023년 8.21%까지 낮췄다.
그러나 금융지주사의 밸류업 강화 움직임이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이 국민연금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금융지주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달 15일에 역대 최대 규모인 자기주식 1206만 주를 소각한다. 지난해 하반기 매입된 자기주식 566만 주(취득가 약 5000억 원)와 올해 2월 이후 매입된 자기주식 640만 주(약 5200억 원)가 대상이다. 매입가 기준으로 1조200억 원 규모다. 올해 배당 총액은 기존 1조2400억 원에서 1조3400억 원으로 늘린다. 1분기 배당금은 주당 912원으로 전년 동기(784원) 대비 128원 상향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주주환원율을 42% 이상으로 설정하고 1월부터 총 6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도 540원에서 570원으로 올렸다.
하나금융도 주주 친화 기조를 강화했다. 올해 1분기 주당 배당금은 906원으로 전년 동기(600원)보다 크게 상향했다. 연간 현금배당총액은 1조 원으로 고정하고 분기별로 2500억 원씩 균등 배당을 하기로 했다. 2월 발표한 4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중 약 2550억 원어치를 매입 완료했고, 잔여 물량은 상반기 내 조기 매입할 예정이다. 3분기부터는 추가 매입·소각도 예고했다.
금융지주사들의 호실적도 국민연금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6973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420억 원) 대비 62.9% 급증했다. 신한금융도 1년 전(1조3215억 원)보다 12.6% 증가한 1조488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9.1% 증가한 1조127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이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하면서 장기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뚜렷해진 점이 국민연금의 투자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