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 물건이 줄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5월부터 전세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다. 보증기관은 이달부터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10%포인트(p) 축소할 예정으로, 이러면 시중은행은 대출 중 보증받는 비율이 줄어드는 만큼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려 받는다. 이에 세입자 이자 부담 확대와 함께 월세 수요까지 늘면서 전세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KB부동산 통계분석 결과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전국 기준으로 68.16%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1월 68%를 넘어선 이후 4개월 연속 우상향 중이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전세가율 68.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2.75%로 전월 대비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2021년 4월 기록한 63.0%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 물건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앱 통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2월 1일~5월 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8904건에서 2만7129건으로 6.2% 감소했다. 경기 역시 2만8855건에서 2만6348건으로 8.7% 줄었고, 인천은 6470건에서 5847건으로 9.7%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도 전세 물건 급감이 포착됐다. 세종은 이 기간 23.6% 줄어들어 1095건에 그쳤고, 대구는 4946건으로 19.1% 감소했다. 3개월 전보다 전세 물건이 늘어난 지역은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전북(0.2%)과 강원(2.4%) 등 5곳뿐이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들자 지방에선 전세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나릿재마을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억3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하지만 지난달 16일에는 직전 신고가 대비 2000만 원 오른 3억5000만 원에 전세 신고가를 새로 썼다. 또 대구 중구 ‘동성로SK리더스뷰’ 전용 84㎡는 지난달 16일 직전 신고가 대비 4000만 원 오른 3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쓰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렇듯 전국에서 아파트 물건이 줄고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5월부터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축소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비율은 100%에서 90%로 줄어든다.
전세대출보증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해당 금액을 보증보험 기관이 보증하는 상품이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위험도가 오른다. 은행은 늘어난 대출 위험도를 금리 인상과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보완한다. 때문에 전세 대출자 희망자가 소득 부족 등을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고, 금리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아파트 전세 물건 감소와 전셋값 상승세와 함께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세입자 전세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전셋값 상승세보다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상 기조”라며 “보증기관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 축소가 시행되면 보증을 못 받는 전세자금대출 신청분을 줄여버리거나 아니면 신용대출 부분으로 판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러면 전세 대출 금리가 오르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준 금리 내림세에도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실제 대출 금리는 많이 내리지 않았다”며 “종합적으로 세입자의 전세대출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