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K헬스케어·웰다잉 포럼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실손보험 청구 접근성 강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소외계층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실손24’에 필요한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포럼에 참석한 보험 및 의료 전문가들은 키오스크와 자원봉사자 등을 배치해 취약층을 돕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손보험은 2023년 말 기준 가입자 수가 약 4000만 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미청구 보험금은 매년 약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 발급과 제출 절차가 복잡하며,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전자적 청구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정부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2023년 10월 보험업법을 개정했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전송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도 실손보험 서류전송에 참여할 예정이다.
법 개정에 맞춰 정부는 ‘실손24’ 애플리케이션도 내놨다. 이는 온라인에서 실손보험을 쉽게 청구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 등의 협업으로 추진됐으며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전송 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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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손24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증이 필요한데, 디지털 취약층이 이를 혼자 해내기는 쉽지 않다. 병원과 약국이 환자에게 서비스를 안내하는 데는 시간과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100점)과 비교해 70.7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어민은 79.5점, 장애인은 82.8점으로 낮았다. 조사 대상 농어민의 67.9%가 60대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과 장애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집중적으로 소외되는 셈이다.
이동준 한수기업정책연구소 정책본부장은 “요양기관 현장에 전용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현장 도우미를 배치해 기술 지원과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사용자 친화적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규홍 대한병원정보협회 사무총장(민규홍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보전략 팀장)은 “젊은 분들은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 포털에 검색하거나 영상을 보고 스스로 해결을 하지만, 디지털 취약층은 가족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라며 “장애인과 고령층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 이들을 기준으로 개선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키오스크를 놓고 자원봉사자들이 돕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지방의 시골 병원에서는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도입에 따라 병원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실효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이사는 “키오스크를 동네 병·의원까지 모두 설치하면 좋겠지만, 비용 문제가 있어서 단계적으로 설치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라며 “병원 내 공간에 보험 청구를 위한 키오스크를 두고, 전기를 끌어다 사용하면서, 병원의 업무도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 비용, 인력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