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문제·일대일로 등 자국 이익 위한 결정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참여하는 중

오랜 기간 중국은 미얀마 정치·안보에 있어 활발한 물밑 활동을 벌였다. 공식적으로는 불간섭 정책을 고수하면서 조용하게 움직이는 식이다. 그러나 2021년 쿠데타가 발생한 후 중국은 기존의 접근법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AA) 등 반군 형제동맹이 2023년 10월 27일 이른바 1027작전을 개시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당시 반군들은 전국 주요 거점에서 군부를 몰아내고 영토를 탈환하며 내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이후에도 세력을 넓혀갔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군의 북동부사령부가 있는 샨주 라시오마저 장악했다. 반군이 정부군의 사령부를 점령한 것은 내전이 발생한 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간 미얀마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해 온 중국으로서는 상황이 급해졌다. 반군이 군부를 압박하면 할수록 내전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얀마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자칫 내전이 격화하면 국경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동시에 미얀마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투자 파트너다. 중국의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분열된 미얀마가 영토가 분열된 미얀마보다 훨씬 관리하기 쉬울 것이라고 디플로맷은 설명했다. 한때 중국은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군부를 견제하고자 반군 동맹을 남몰래 지원한 것으로도 전해졌지만, 결과적으로 내전 격화를 막고자 반군을 압박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중국은 반군 점령지와 자국 국경을 봉쇄하고 반군에 유입되는 물자 공급로를 차단했다. 동시에 TNLA에 군사 행동을 멈추고 정부군과의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압박했다. 올해 1월에는 MNDAA와 군부 간 휴전협정 체결도 주도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군부와 반군 모두 중국의 중재에 고마움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반군이 9개월간 점령해 온 라시오가 중국 압박에 군부에 반환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위태로워지면 언제든 미얀마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는 반군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에 관해 중국이 그어놓은 선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디플로맷은 “미얀마가 말 그대로 중국의 한 지방이 될 가능성은 작지만, 미얀마의 정치·영토 재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명백하며, 그 영향력은 점점 더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미얀마 개입이 선례가 되면 주변국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년간 서방 정부들은 미얀마 평화 프로세스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정전 감시와 대화 촉진, 제도적 메커니즘 구축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결과는 미미했고 지속 가능한 성과는 거의 없었다. 반면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중재와 정전 감시 등에 있어 직접적인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식 갈등 종식 모델이 성공하게 된다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같은 힘 있는 아세안 국가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