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분기 기준 최대 44.4조원 매출… 영업익 3.6조원
트럼프발 관세 영향 본격화 2분기부터 불확실성 커져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1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와 환율 효과로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 부터 실적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7조6391억 원, 영업이익 7조44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58%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성과다.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대비 1%포인트(p) 상승한 42%로, 8개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AI 연산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3E 12단 제품의 본격 출하가 매출 확대를 뒷받침했으며,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들이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공급 확대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제품 경쟁력이 실적을 견인했다”며 “특히 AI 반도체 수요와 고객사의 선제적 재고 확보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시장 상황이 조정기에 진입하더라도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 개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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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역시 1분기 매출 44조4078억 원으로 역대 1분기 최대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확대된 3조6336억 원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등 고부가 차종 판매 증가와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개선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도 프리미엄 차량 비중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사 모두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및 수출 전략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과 일부 국가 간 상호 관세가 유예 중이나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은 법인 소재지 기준 60%에 달하는 만큼 관세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현대차도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변이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가 간 무역 갈등 심화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예측이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팀(TFT)를 출범하고, 현지화 전략과 생산 효율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수익성 중심의 유연한 가격정책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1분기 실적이 선제적 재고 확보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에 따른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모두 1분기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2분기 이후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 공급망 차질, 원가 상승 등의 충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탄력적인 사업 운영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