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기댄 순수출 기여도 0.3%p…내수 기여도 -0.2→0.6% ‘뚝’
“반도체는 양호하지만 전체 수출 좋은 편 아냐…美 관세보다 글로벌 경기 부진”
“내수부진 가장 큰 요인 건설투자, 1분기에 0.4%p 하락 요인 작용”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은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2월에 전망했던 0.2%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작년 2분기(-0.2%) 이후 3개 분기 만에 역성장으로 전환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비교하면 작년 2분기(-0.228%)보다 낮은 -0.24%다. 수치상으로 2022년 4분기 -0.5% 이후 최저치다.
한은은 1분기 역성장의 주된 배경으로 내수를 꼽았다. GDP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마이너스(-) 0.6%포인트(p)로 작년 4분기(-0.2%p)보다 부진했다. 순수출이 작년 4분기와 같은 0.3%p로 기여한 것을 모두 상쇄한 것이다.
내수에서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투자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기대비 3.2% 감소했다. 원계열로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는 12.2% 급감했다. 이는 1998년 4분기 -17.7% 이후 최저치다. 설비투자는 계절조정 기준을 전기대비 2.1% 줄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건설투자의 경우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된 요인뿐만 아니라 착공 위축에 따른 공사실적이 부진하고 공사가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한파, 폭설 등 이례적 요인으로 공사 진척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비투자는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 영향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계를 중심으로 조정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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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1분기 수출에 대해 미국의 관세정책보다 글로벌 산업 환경에 더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1분기에 수출·재화수출, 수입·재화수입 모두 감소했다. 1분기 수출은 전기대비 1.1%(계절조정 기준), 재화수출은 1.9% 각각 감소했다. 두 지표 모두 2022년 4분기 -3.7%, -4.1% 이후 최저치다. 수입과 재화수입은 각각 2.0%, 3.1% 줄었는데, 이는 순서대로 2022년 4분기 -2.5%, 2023년 2분기 -3.9% 이후 가장 낮다.
한은은 1분기 전체적인 수출 부진은 미국 관세 정책보다 글로벌 경기 상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영향은 5·6월에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관세 부과의 영향이 있었다면 미국 수출은 큰 폭의 마이너스가 나오고 여타국은 비슷한 모습이 나와야 될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일본, 중국, 인도, 멕시코 등 대부분 나라에서 3월 철강 수출이 나빴다”며 “관세 효과도 일부 있겠지만 글로벌 제조업,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서 철강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20일까지 미국 수출은 14.3% 감소했고, 수입은 10.1% 줄어 21억7000만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은 아직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이 국장은 “긍정적 측면은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이어서 수출의 하방압력을 완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이 작년 2분기부터 역성장, 0%대 성장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를 역성장으로 시작한 만큼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1.5%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GDP 증가율을 보면 작년 1분기 1.3% 이후 △작년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 △올해 1분기 -0.24%를 각각 기록했다. 4개 분기째 바닥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국장은 4개 분기째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배경을 “대외적인 쇼크가 와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수부진이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가장 큰 것은 건설투자”라고 짚었다.
이어 “건설투자는 작년 연간으로는 GDP 성장률을 0.5%p 낮췄고, 올해 1분기도 0.4%p 낮췄다”면서 “두 번째는 민간소비다. 성장을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성장에 기여를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2분기 GDP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대선 관련 예산 집행, 재정정책과 내구재 교체 등을 꼽았다. 이 국장은 “대선에 따른 선거예산 집행하는 부분이 있어서 민간소비, 정부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지출 이슈가 있고, 1분기에도 정치적 어려운 상황에도 성장에 기여한 측면이 있으니깐 2분기에 긍정적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내구재 교체시기가 다가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연간 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 때 분기별로른 △1분기 0.2% △2분기 0.8% △3분기 0.7% △4분기 0.5%를, 연간으로는 1.5%를 각각 추정했다.
이 국장은 “이번에는 총재도 얘기했지만 어두운 터널에 들어간 상황이었다”면서 “조사국에서 5월 통방(통화정책방향 결정) 때 새로운 전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