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중국 보복 관세에 수출 중단
현대차·기아, 현지생산 늘리기 주력
폭스바겐그룹, 포드,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현지생산을 하거나 중국 수출 중단, 직원해고 등 생존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 현대차·기아도 현지 생산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부과에 따른 여파가 기업들의 단·장기적인 계획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은 계열사 아우디 차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브랜드 중 폭스바겐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현지 판매 차량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아우디는 현지 생산기지가 없지만 해당 공장들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토요타그룹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신형 모델을 2027년부터 미국에서 현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RAV4는 지난해 미국에서 47만5000여 대 이상 팔리며 토요타그룹의 미국 전체 판매량 중 약 20%를 차지한 모델이다. 토요타그룹은 신형 RAV4를 당초 캐나다와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관세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정부가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자 중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포드는 현지에서 생산한 주력 픽업트럭 F-150 랩터, 중형 SUV 브롱코, 대형 SUV 링컨 내비게이터 등의 중국 수출을 중단했다. 중국의 관세 부과로 F-150 랩터 가격은 기존보다 약 70%가량 오른 10만 달러(한화 약 1억4200만 원)로 치솟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의 볼보그룹은 미국 내 공장에서 인력 감축에 나선다. 볼보그룹 북미법인은 미국 내 3개의 공장에서 석 달간 최대 800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 맥트럭 공장, 버지니아주 더블린 공장,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 공장이 대상이다. 해당 법인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과 수요둔화 전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도 관세 부과로 인한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공장을 활용한 생산 늘리기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다만 모든 수출 차종을 현지 생산으로 조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 증가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부터는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현지 판매가격 인상 없이 전년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5조2000억 원, 기아는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기아가 관세 부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투자 및 고용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김민진 현대자동차그룹(HGM) 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관세 전쟁은 트럼프 1기 때보다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라며 “두 나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 하강에는 한국이 가장 취약한 국가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