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 위해 대출 축소 가능성
"지역금융 활성화 위한 정책 지원을"

지방은행의 대출 평균 연체율이 주요 시중은행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지방은행이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이면서 지역민들과 기업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 연체율은 0.79%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0.30%보다 2.7배 높다.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 격차는 3배가 넘었다. 5개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89%로 4대 은행(0.26%)의 3.4배 수준이다.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졌다. 5개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각각 0.80%, 0.81%, 4대 은행은 0.41%, 0.42%로 집계됐다.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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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 은행의 대출금 연체율은 제주가 1.14%로 가장 높고 전북(0.86%)·대구(0.71%)·광주(0.67%)·부산(0.63%)이 뒤를 이었다. 1년 새 연체율 상승 폭은 제주와 대구가 0.20%포인트(p)로 가장 컸고, 부산과 전북은 각각 0.16%p, 0.13%p 증가했다.
지방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만큼 지역 차주의 대출 상환 부담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 전월 대비 주택가격매매지수는 서울이 0.52% 올랐지만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은 0.19% 하락했다. 지역 기업도 업황 악화에 시달리면서 대출 상환 능력도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 가능성이 큰 지역민과 지역 기업을 외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체율이 상승한 2023~2024년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율 5.4%의 3분의 1 수준이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4대 은행이 1.5% 증가했으나 지방은행은 외려 0.5% 감소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4대 은행이 6.4% 확대될 동안 지방은행은 2.2% 증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거점 지역을 위주로 대출 영업을 하려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면서도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기에 그나마 상환 가능성이 있는 우량 차주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이달 열린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방은행의 역할’ 포럼에서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완화 등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지방은행 간 협력 강화로 중소기업, 가계대출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특히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거래 비중을 자금예치율의 30% 이상 등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2023년 지방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에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지방은행 법제화 △지역 이전 공공기관 거래은행 지정 시 우선권 부여 △지방은행 법인세율 인하 등 인센티브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지방 금융지주 관계자는 “개별 지주 차원에서 금융당국에 지방은행 경쟁력 확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지만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역 영업에 집중하려면 숨 쉴 틈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