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공식 절차가 22일 시작됐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90일 이내 심의 결과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이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 원을 넘었다.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적었지만, 경제 생태계에 미친 파장은 작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노동계는 지난해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한 시간당 1만2600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낼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테이블 참여자 모두에게 힘겨운 줄다리기가 된다는 뜻이다.
최종 결정 시기는 6월 조기 대선 이후다. 대선 향배가 저울추가 되게 마련이다. 유사 사례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이다. 당시 ‘1만 원’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롤러코스터’ 쇼가 펼쳐졌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미명하에 16.4% 올랐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었다. 이듬해엔 10.9% 올랐다. 이후 여론 역풍을 맞아 2.85%, 1.5%로 주춤했지만, 마지막 해엔 소폭 회복했다. 문 정부 5년간 인상률은 42%다.
경제 기초체력조차 돌아보지 않는 정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법이다. 때론 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저임금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 정부 롤러코스터도 마찬가지였다.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자영업자 부담 가중, 근로자 고용 불안 등의 폐해는 지금도 역력히 체감된다. 골목상권 황폐화 또한 필연적 귀결 중의 하나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 가운데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19.8%를 차지했다. 자영업 비중이 연간 기준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올해 1월 취업자(2787만8000명)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550만 명)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였다. 벌이는 쪼그라들고 빚은 불어난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감당할 수 없으니 피눈물 흘리며 문을 닫는 것이다.
올해는 관세전쟁 악재까지 겹쳐 더 걱정이다. 자영업자 체감 경기는 조사 때마다 ‘역대 최악’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폐업 자영업자 실태조사’ 결과, 자영업자 86.7%는 폐업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을 꼽았다. 그중 49.4%는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호소했다. 올해 결정이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면 안 된다.
지난해 크게 논란이 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이 재점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수년째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노동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엔 달라져야 한다. 대선 국면이라고 노동계 표심에만 눈독을 들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 기초체력을 다지고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의 대승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문 정부 때의 쓰라린 경험만 반면교사로 삼아도 갈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