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넥슨 키운 숨은 주역 병역특례…IT 강국 도약 밑거름 [두뇌 유출 下]

입력 2025-04-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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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두뇌 유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두뇌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미래차, 우주항공 등 전략 기술 산업들은 인재 부족에 신음 중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두뇌 자체가 쪼그라들었고, 양성된 인재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의 손짓에 머뭇거림 없이 떠난다. 고액 연봉과 연구 자율성, 이민 혜택까지 내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젊은 두뇌들을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경직된 조직문화, 낮은 보상, 복잡한 비자 제도로 대책 없이 뺏기고만 있는 상황이다. 외국 유학생과 연구자들도 졸업 후 한국에 머무르기보단 떠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기술과 인재를 둘러싼 전쟁 중이다. 한국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 인재를 지키고 키우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이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본지는 국내 인재 유출의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 대응방안 등에 대해 짚어본다.

글로벌 IT 플랫폼 강국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성장 이면에는 ‘병역특례’라는 숨은 제도가 있었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현역 복무 대신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이 고급 개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기술 기반을 다지는 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고 넥슨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한국 IT 벤처 1세대 주요 창업자들은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다.

1973년 도입된 병역특례는 이공계 인재들이 일정 기간 제조·IT·소프트웨어 업체에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시에는 병역 문제로 인해 학업이나 연구를 중단하거나 해외로 유출되는 과학기술 인재가 많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가 마련됐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인재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병역특례를 통해 우수한 기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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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게임, 포털, 메신저 등을 운영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국 IT 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자국 플랫폼 보유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자국 플랫폼의 존재는 단순히 토종 포털이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구글·메타 등 빅테크를 견제하며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 결제, 콘텐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에도 기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팬데믹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자국 플랫폼은 마스크 재고 정보 제공, 백신 예약 시스템 운영 등 공공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적 책무에도 앞장서왔다.

이 제도가 미친 긍정적 파급력은 1세대 창업자들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벤처 2세대 기업인들에게도 이어졌다. 박재욱 쏘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김창욱 스노우 대표 등은 병역특례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으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병역특례는 단순한 병역 대체 수단을 넘어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제도로 자리매김해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자국 플랫폼 보유국이 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으로 병역특례 제도를 통해 IT 인재 유출을 막고, 국내 IT 생태계를 구축한 것을 꼽을 수 있다”며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병역특례는 단순한 병역 대체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제도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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