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이 인재 유출마저 가속하자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라도 제도 개선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AI가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AI 전문 인재를 대상으로 한 병역특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업체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병역특례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 지정하도록 하는 ‘AI·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이공계 병역특례법’(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AI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권이 ‘딥시크 쇼크’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정치권에서 서둘러 규제보다 진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실제 전 세계를 긴장시킨 중국의 딥시크가 중국 토종 국내파 청년들을 중심으로 개발됐다는 점은 정부의 인재 육성 정책과 자국 인재의 체계적 지원이 첨단기술 경쟁력의 핵심임을 보여주며 우리도 인재 유출을 막고 미래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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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병역 이행 부담으로 인해 우수한 AI 인력이 해외로 대거 유출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가AI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AI 역량 강화 방안으로 병역 특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국가 핵심기술임에도 병역특례 대상에 명확히 포함되어 있지 않아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인력 부족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609명에서 △2021년 3726명 △2022년 7841명 △2023년 8579명으로 4년 새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적 인프라는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제 경쟁력 지표에서도 한국의 인재 확보 경쟁력은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입 지수에서 한국은 –0.36을 기록해 그리스(–0.25), 칠레(–0.19)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황정아 의원은 “세계적으로 AI 등 첨단전략산업의 우수 인재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 국내 핵심 인재 잔류 및 해외 프런티어 인재 복귀를 위한 유인책은 전무하다 싶은 실정”이라며 “업계에서 절실히 호소하고 있는 병역특례 제도 입법을 통해 국내외 우수 인재를 유인하고 AI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기술패권 경쟁 시대를 대비하겠다” 고 강조했다.
AI가 6·3 조기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자들은 AI 진흥을 위한 정책을 앞다퉈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AI 데이터·인재·GPU 확보에 대한 공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는 물론 네이버 같은 기업도 (AI에 학습시킬)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데이터 창작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학습을 풀어주면 좋겠다”며 “대학교에 좋은 AI 인력이 있고 회사에는 AI 인재가 필요한데 잘 연결되지 않고 있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했다.